이영주 기자수첩

친일파 김백일 장군 동상이 철거되지 않는다면 직접 손으로 동상을 쓰러뜨리겠다고 분기탱천하던 시민단체연대협의회(협회장 진휘재, 이하 시민연대협)가 잠잠하다.

당장이라도 김백일 장군 동상을 끌어내릴 것처럼 열의를 불태우고 시민들 앞에서 계란 투척까지 벌이던 열정적 모습은 잠시 접어두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역 상황을 지켜보며 일을 진행하겠다'며 사뭇 점잖은 태도로 모드를 전환한 모양이다.

시민연대협은 지난 15일 포로수용소유적공원 내 김백일 장군 동상 앞에서 집회를 열고 '21일까지 동상을 건립한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로부터 입장 전달이 없으면 직접 손으로 동상을 끌어내리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많은 시민들과 기자들이 그 장면을 지켜봤다. 하지만 21일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안에는 김백일 장군의 동상이 서 있다. 앞으로 어떻게 일이 진행될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아직 없다. 

지난 24일 전화통화에서 박동철 경실련 대표는 "장기적인 싸움이 될 것이다. 기념회 측이 자진 철거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운동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최종기한을 오는 8월 15일로 잡고 있다. 그때까지 자진 철거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 광복절 기념식이 열리는 날 동상 철거를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호기롭게 문제 제기를 하는 등 강경대응을 천명했던 지난 15일과는 다소 분위기의 변화가 감지되고는 있다. 혹 유야무야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가 기우가 되기를 기자는 간절히 바란다.

장기적인 싸움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을 모색하는 차원이라는 시민연대협의 입장에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실로 궁금하다.

쇠뿔을 단김에 빼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시민연대협이 한번 되짚어 보기를 권하고 싶고 이번일을 계기로 더욱 큰 신뢰성의 위기가 시민단체들을 덮치지 않기를 기자는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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