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기자
거제 관광 산업이 진짜 위기를 맞고 있다. 관광도시로서의 주요 지표인 관광객 수에 있어 통영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올 1-2 분기(1월부터 6월 통계)엔 남해, 사천, 김해 등에도 밀리면서 경남 20개시 군 중 9위에 머물렀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충격이다. 이 기간 거제를 찾은 관광객 수는 170만 903명.

같은 기간 동안 통영시는 306만 993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136만명 이상의 차이다. 이는 남해군 187만 6153명, 밀양시 280만 4865명에도 못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다.

이 성적표가 올해만의 결과가 아니라는게 문제다. 지난 해에도 통영시가 631만명의 관광객 몰이에 성공한데 비해 거제시는 490만명에 머물렀다. 해양관광도시를 표방하는 거제시가 좀처럼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는 시민 및 관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상황.

한 해 홍보비로 10억원 이상을 책정하고도 방문 관광객 수에 있어 통영, 남해 등에 뒤처지면서 고전하고 있는게 거제시 관광의 현주소다.

여전히 제자리인 주차난, 바가지요금, 불친절 등 고질적 문제와 관광기반시설 부족과 아이템, 테마의 부족 등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안이 쉽게 찾아지지 않고 있고 이를 위한 시 당국의 치밀한 노력도 잘 드러나지 않고 있어 관광도시 거제의 전망이 우려스럽다는 지적들이다. 길이 멀고도 험할 것 같다. 표류하는 관광 거제의 오늘, 문제는 무엇이고 해답은 없는가.

"잘라면 자고 말라면 마이소"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사례1. 한 관광객이 어느 식당에 들어간다.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는 주인이 퉁명스럽게 손님을 받는다.

거제도에 왔으니 '회 한 사라'는 먹어야겠다 싶어 회를 주문한다. 10만원을 주고 회 한 상을 받았는데 젓가락 갈 데가 없다. 얼마 전 갔던 통영 중앙시장이 떠오른다. 가격도 싸고 먹을 것도 많았다. 안 그래도 가는 곳마다 주차할 곳이 없어서 짜증났는데 왠지 사기 당한 기분마저 든다.

사례 2. 지난해 여름 거제시를 찾은 신혼부부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숙박을 하기로 한 친구집이 사정이 생겨 급박하게 숙박업소를 찾은 것. 허름하고 음침한 모텔의 쪽방 하나에 10만원을 달라고 했다.

A씨가 조금만 깎아달라고 하자 '잘라면 자고 말라면 마이소. 이 방도 좀 있으면 자리 없으니까'라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온다. 너무한다 싶어 업소를 나와 두 세 군데의 숙박업소를 찾아봤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낮은 산과 천혜의 자원인 청정해역을 보유하고 있는 거제시는 관광도시로서 손색없는 '밑그림'을 가지고 있다. 이런 거제시가 피서철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면….

거제시홈페이지 '거제시에 바란다'에는 해마다 거제시의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거제시 온라인 시민 모임인 카페 '거사모'에도 적지 않은 수의 관광객들이 불만의 글들을 올리고 있다.

'어딜 가나 있는 한 두 군데 불친절한 곳이 회자 되면서 크게 느껴질 뿐'이라고 대답하는 시 공무원의 대답에서 관광거제의 답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거제 가면 비싸기만 비싸고 불친절하더라'는 식의 시 이미지가 점차 고착화하면서 관광객이 줄고 관광거제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건 아닐까? 시 당국이나 시민 모두가 함께 냉철히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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