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여기가 딱이네②]거제크루즈관광

2시간 동안의 선상 데이트, 낭만이 절로…볼거리·먹을거리 '5감 만족'

장마의 시작, 주말 내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쏟아졌다. 월요일 2시 반에 출항하는 뉴거제크루즈 미남에 선승계획을 갖고 있던터라 비가 그치고 화창한 하늘을 기도했다.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늘부터 확인했다. 아침부터 구름은 무거워보였지만 다행히 빗방울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에 우산을 집어넣었다.

작년쯤 크루즈선이 취항한다는 소문만 들었고, 거제에 오고 세 달이 다 되어가도록 '언제 한번 타 봐야지'만으로 그쳤다. 그래선지 미남호를 타러 가는 내 발걸음은 들떠 있었다.

배 출항 시간을 10여분쯤 남기고 배에 선승했다. 정박해있는 배를 보자니 소풍가는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날씨가 흐려서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혼자 배를 전세 낸 듯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다. 그러나 평일 오후,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1층 메이드홀에는 꽤 많은 인원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귀가 쿵쿵 울릴 정도로 크게 음악이 흘러나오고 무대 조명이 반짝였다. 서커스 공연이 있을 거란 말에 앞자리를 잡고 앉았다.

공연은 우크라이나에서 온 무용단의 판토마임으로 시작됐다. 눈길을 끌만한 시작이었다. 이어진 순서는 중국기예단의 팽이를 이용한 서커스. 두 명이 함께 또는 따로 팽이를 던졌다가 받고 줄 위로 팽이를 오가게 하는데 팽이가 줄에 붙어있나 의심이 들만큼 내 눈을 사로잡았다. 다른 관객들 역시 박수로 호응하는 모습이었다. 뒤이어 계속된 탱고와 서커스 공연은 크루즈선에 대한 나의 기대감을 높였다.

2층에 올라가보니 베트남 식당이다. 쌀로 국수 면을 뽑는 쌀국수 전문이란다. 시간은 이미 3시. 먹고 온 점심을 돌이키기에는 늦었다. 다른 승객들 역시 점심식사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은 지나쳐가는 모습이었다. 시원한 육수가 아쉬웠지만 3층으로 발길을 옮겼다.

3층에 푸드코트에는 문이 잠겨있었다. 그 옆으로 보이는 회의실 역시 문은 잠겨있었는데 경남대학교 거제캠퍼스 강의실로 쓰이고 있단다. 왠지 근사하게 들린다. 선상 위의 수업, 교육과 함께 하는 크루즈 문화를 키워나가고 싶다던 정연송 대표의 바람이 어떠한 것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해 주는 테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따라 4층으로 올라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앞에서는 색소폰으로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승객들은 멀리 바다풍경과 시원한 바다바람을 만끽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생각에 잠기고도 하는 모습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지만 배에 탄 사람들은 어딘가 조금씩 들뜬 모습이었다.

테이블을 두 개 붙여 앉은 단체 관광객은 거창에서 계모임을 하는 친구들이란다. 오징어무침을 하나 시켜 놓고는 앞에 나가 신청곡도 청하고 노래도 부르며 즐기는 모습이다. 아들과 함께 왔다며 자랑하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구 거제대교 근처에 사는데 지나가다가 집이 보였다며 웃음을 지었다.

내가 탄 크루즈선 미남호는 삼성중공업-가조연육교(고개도)-신거제대교의 코스로 운행이 됐다. 2시간여의 운항시간동안 아쉬웠던 점은 외지 관광객도 있는데 설명을 곁들여주면 어떨까하는 점이었다. 물론 각자 즐기는 분위기지만 짧게나마 어디를 지나고 있다고 설명을 해준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차를 타고 거제도를 한 바퀴 도는 것과 배를 타고 거제도를 돌아보는 것은 나름의 다른 맛이 있었다. 날씨가 맑으면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거제를, 또 하늘이 흐린 날은 구름 아래 바다의 운치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크루즈선이라는 개념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배에 타고 있던 2시간 동안 그런 어려움도 부담감도 날아갔다. 이렇게 말하면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낀 크루즈선은 바다 위를 달리는 관광버스라는 느낌이었다.

더 좋은 점은 넓은 공간에서 바다 바람을 맞으며 각자 원하는 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휴식이어도 좋고, 맥주 한잔, 동네 사람과의 어우러짐도 좋다. 1층은 주중 주간에는 나이트클럽으로 활용한다니 춤을 춰도 좋다.

올 여름, 나를 2시간 동안 거제 바다에 띄워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 즐길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 뉴거제크루즈 미남호는?

1,350t급 규모 최대 1,200여명 수용, 레스토랑·세미나룸·바다정원 등 갖춰
31일 구조라 앞 선상불꽃축제 '압권' 4시간 동안 각종 이벤트 마음껏 만끽

뉴거제크루즈. 선명 미남호는 아름다운 남쪽 바다라는 의미와 정연송 대표의 아내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뉴거제크루즈의 제원은 총 4층에 길이 66미터, 폭 13미터로 총 톤수는 1,350톤 최대 1200여명의 인원이 수용 가능하다.

1층 머메이드홀의 경우 370명이 수용 가능하며 주중 주간에는 공연 외의 시간에 나이트클럽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2층 레스토랑에는 라이브 공연을 위한 최신 음향·방송시설이 되어있으며 회, 일반식사, 야간뷔페 등 단체 행사를 위한 최적의 공간을 제공한다.

3층은 120석 규모의 VIP 세미나룸과 푸드코트가 위치해 있다. 각종 이벤트가 가능하며 행사시 회의실로 이용 가능하다. 현재 경남대학교 거제캠퍼스 강의실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4층 바다 정원은 야외홀로 꾸며져 있으며 바다 바람을 맞으며 바비큐 파티 및 이벤트가 가능하다.

오는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열리는 '바다로 세계로' 행사에서는 크루즈 미남호에서 불꽃축제도 즐길 수 있다. 31일 미남호가 구조라로 이동, 선상 불꽃축제를 여는 것. 구조라항에서 출발, 학동과 바람의 언덕을 돌아본 뒤 저녁 9시 반부터 불꽃 쇼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 날은 5시 40분에 구조라 매립지에서 승선하게 되며, 4시간여 동안 크루즈 내에서 각종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정연송 대표는 "거제의 역사성을 알리기 위해 거제 북부의 바다에 자리 잡았다"고 밝히며 "거제의 역사를 쓴다는 마음으로 또 크루즈라는 미래 산업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멀리 보고 뛰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코스 1항차: 가조연육교-가조도-취도 / 2항차: 삼성중공업-가조연육교(고개도)-신거제대교 / 디너코스: 삼성중공업-가조연육교야경 예약문의는 1588-3235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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