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 투표도 없었다. 오랜 시간 정회하는 파행도 없었다. 원 구성은 별 탈 없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개운치 않은 씁쓸함은 여전했다.

제6대 거제시의회는 한나라당의 절대 강세 속에 진보신당이 체면치레를 한 상황으로 원 구성을 끝냈다. 여야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도의회와 의장 선출 등을 두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일부 시군 의회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의장선거에서 보였던 여야의 대립은 상임위원장 선거를 두고 야권의 분열로 끝을 맺었다.

15명의 시의원 중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모두 9명.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터라 투표에 의한 의장단 선출은 한나라당의 의중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 의장과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을 한나라당 의원이 독식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야권도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거대 여당에 맞서 진보신당과 민노당, 무소속 의원 6명이 연대했다. 한나라당의 일방통행을 저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내부적 결속 장치였다.

그러나 야 의원 6인 공조는 의장선거 때부터 삐걱 거렸다. 같은 당 의원끼리 등을 돌렸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새나왔다. 급기야 지난 5일 이행규 의원이 진보신당을 탈당했다. 결국 야 의원 6인 공조는 의회 개원 날인 지난 7일 밤을 기점으로 없던 일이 돼 버렸다.

비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조 붕괴는 진보신당에게 총무사회위원장이라는 실리를 안겨줬다. 8일 열린 2차 본회의 총무사회위원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진보신당에 표를 몰아줬다. 일부 의원들이 상임위 의원 배정을 두고 불만을 표시하자 약 10분간 정회를 한 뒤 실시한 선거 결과였다.

무소속 의원들은 1·2차 본회의에서 기표를 하지 않으며 투표권 행사를 거부했다. 진보신당 측은 ‘패거리 정치’에서 벗어나 ‘정당정치’로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의 분열 속에 한나라당은 실리도 챙기고 명분도 얻었다. 원 구성에서 노른자위를 장악하면서도 진보신당에 상임위원장직 하나를 넘겨 의회 독식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희석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행정과 발맞춰 강력한 시정과제를 추진하는 일에는 파란불이 켜졌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어느 정도 작용할지는 의문이다. 

진보신당 측은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의의 정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대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상임위원장직이라는 실리를 택한 진보신당. 정당정치의 기치를 분명히 한 진보신당이 야당으로써의 정체성을 어떤 방식으로 고수할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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