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인자 계룡수필 회원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니, 코앞에 닥쳤다. 아이들 모두가 긴장되고 불안해한다.

어느 때인들 시험에 대한 부담과 걱정이 없었을까마는 한 달 가량 남은 여유 앞에서 번뇌에 차 있는 아이들이 많다.

어떻게 하면 여태껏 해온 공부를 효율적으로 마무리하여 소망한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여느 집처럼 우리 집에도 고3 수험생이 있다. 특별히 수험생이라 신경 써 준 것은 없지만 나도 슬슬 긴장이 되어 온 몸이 저리다.

이즈음 딸아이가 아픔을 호소해왔다. 위내시경을 한 지가 어제 같은데, 이번엔 어깨가 아프다 한다.

목덜미까지 통증이 올라와 고개를 숙이기도 힘들고 머리가 깨질 것 같다며 미간을 찡그린다. 노동을 한 것도 아니고 가방이 무거워서도 아닌데 도대체 왜 아픈 걸까. 중간고사가 다음 주이다 보니, 시험증후군이 또 시작된 모양이다.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있던 아이가 나를 불렀다. 손을 자세히 봐달라는 것이다.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을 보며 아이가 울상을 지었다.

펜을 쥐고 있는 손이 심하게 떨리는 것이다. 제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걱정하는 아이를 달랬다. 오랜 시간 펜을 잡고 있어서 잠시 근육에 문제가 생긴 거라며 잠을 권했다. 겨우 재웠지만 정작 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언젠가 같은 반 아이가 쓰러졌는데 몸이 마비되었다는 얘길 딸아이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작은 병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걷잡을 수없이 심해지는 건 아닌가 생각하니 한시가 급해졌다.

그러면서도 내심 자고나면 괜찮으려니 했는데, 아침에도 그 증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당장 병원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내신 성적이 반영되는 시험이라 난감했다.

결국 시험이 끝나면 바로 병원에 가기로 하고 학교에 보냈다. 그날 오후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밝은 목소리로 손 떨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 뒤로도 간간이 여기저기가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해 온다. 아이의 이러한 현상은 으레 시험을 치기 전이었다. 시험이 끝나면 씻은 듯이 증세가 사라졌다. 시험이라는 중압감이 아이의 마음에 짐을 지운 결과리라.

수험생들의 일상을 보면 참으로 가엾고 애처롭다. 주말도 없다. 이른 아침에 등교해서 밤늦게야 집에 오니 계절이 지나는 것을 제대로 알기나 할까.

“고3 학생은 사람도 아니다.”

혼자 중얼거리는 말을 듣는 순간, 왜 그리 마음 한 자락이 아파오던지.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잘 참고 견뎌서 수능시험만 무사히 끝내라는 부탁밖에 할 수 없다.

어엿한 대학생이 되면 그 동안의 고생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고, 너만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라고 위로해 본다.

내게도 이런 학창시절이 있었다. 대학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 공부와 담판을 벌였다.

그러나 지금 수험생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0교시 수업 때문에 이른 아침에 학교에 간다거나, 늦도록 남아 졸음을 깨려 운동장을 도는 일도 없었다.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것도 스스로 행한 일이지 강요에 의하진 않았다.

주말은 그야말로 완전한 자유였다, 토요일 오전수업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 책가방을 던져버리고 교복과 운동화를 빨아 손질해 두면 내 할 일은 끝이 났다.

남는 시간에 책을 보거나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추억거리를 보탰다. 요즘 아이들이 훗날 동창모임을 한다면 과연 무슨 얘기보따리를 풀어 놓을까.
신경이 쓰이는지 딸아이가 밤늦게까지 책을 들여다본다.

오늘따라 시험증후군이 크게 닥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아이는 성적 때문에 애가 타고, 난 저러다 덜컥 아파버리면 어쩌나 해서 그야말로 애간장이 녹아내린다.

아마도 수험생 어머니들 역시 지금 나와 같은 심정일 게다. 일구월심 노력한 만큼만 좋은 결과 나게 해 달라며 밤잠을 설치며 두 손을 모으고 있을 게다.

빨리 수능시험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움츠린 아이들이 기지개 켜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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