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의회가 ‘개혁파’니 ‘보수파’니 일찌감치 금을 그은 자체부터 못마땅하더니 이제는 한 술 더 떠 싸움질을 하고도 반성의 빛조차 전혀 없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우리의 속담이 더욱 진솔 됨을 실감하는 느낌이다.  지금 시민들 사이에는 “거제시 의회가 싸움질만 해 대는 우리나라 국회를 닮아 가고 있어 지역을 망신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싸움의 동기는 다름 아닌 서바이벌 관련, 예산 삭감이었다. 관광거제 육성을 위해 서바이벌 세계대회 유치 관련, 예산을 요구했지만 예결위는 단 칼에 이를 ‘싹둑’ 잘라버린 것이다.

최근 타 지방자치단체는 시간을 다퉈가며 서바이벌 게임장을 설치하고 있는 현실들을 감안하면 거제시의회는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참으로 한심한 사람들로 구성됐다는 생각 밖에 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다. 거제시 의회는 이번 예산심의 과정에서 누가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반민주악습’을 자행했다. 더구나 ‘보수파’와 ‘개혁파’의 힘겨루기는 도를 넘었다. 

의원 개인별 포괄사업비 1억원씩, 13명 의원 도합 13억원 전액을 삭감하는 대신 현 시장의 공약사업비 일부와 5억원의 시장 포괄사업비를 전체 삭감했다.

이는 자신들의 발가락을 자르는 대신 일부 정적으로 분류되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발목 또는 ‘아킬레스건’을 잘라내 중추신경까지 마비시키겠다는 심사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번 예산결산위원회는 총 7명 중 김창성 위원장과 유수상 의원이 사퇴하는 파행까지 겪었고 나머지 5명 모두는 자칭 ‘개혁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때문에 이번 그들만의 결정은 지난날 당한(?) 고통에 대한 보복이라는 지적도 나올만 하다.

물론 그들도 포괄사업비 전액과 해외연수비 2,400만원도 전액 삭감한 것이 사실이다. 사업성이 낮고 중복되며 불필요하고 낭비성이 있으며 시기상조라는 것이 예산 삭감에 대한 이유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모처럼 의회가 제 역할을 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제 역할’ 표현은 잘못 된 표현이다. 

특히 사전검토 형식의 상임위원회 때도 미리 짜고 시침 뚝 떼고 있던 그들이  예산결산위원회서 자신들의 주장대로 방망이를 휘두른 것은 그 무슨 변명으로도 통할 수가 없어 ‘보수파와 개혁파의 힘겨루기’라는 비난의 화살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거제시의회 보수파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잘한 게 없다. 몇 달 전 큰 예산까지 낭비해 가며 개혁파와 동행, 해외연수로 다독거린 결과가 고작 이것이라면 그들도 이제는 의원직을 차라리 사퇴하는 것이 옳다. 지도력 결여, 또는 부족이라는 것이 사퇴 종용의 이유다.

경남도내 대부분의 의회는 내년도 해외연수비를 자진 삭감하는 등 절약형, 예산편성에 주력했다. 진해시의회(의장 김형봉)는 지난 19일, 2008년 제219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 상정된 내년도 의회 당초 예산안 중 의원 해외연수경비 248만원과 의회사무국직원 해외연수경비 500만원 등 총 2980만 원 전액을 자진 삭감했다.

특히 통영시의회(의장 구상식)는 서민경제를 감안, 올해 해외연수비 3,181만8,000원 전액을 통영지역 185개 경로당에 에너지 보조금으로 지원키로 결정했다. 물론 거제시의회도 마찬가지다. 포괄사업비를 비롯 내년도 해외연수비를 전액 삭감했다. 하지만 거제시 의회의 이 같은 결정을 쉽게 믿을 시민들은 없다.

신뢰성 없는 거제시의회, 신의를 저버리고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그들이 오는 3월~5월쯤의 추경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예산 등은 슬그머니 재 반영하지 않을까, 심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 시민들 사이에서는 “선거를 다시 할 수만 있다면 하루 속히  물갈이를 해야 할 판”이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제발 정신을 차리는 의회, 진정한 시의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노력이 급선무다. 진정한 ‘의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도 도덕윤리를 지키고 시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맺힌 실마리를 풀어내고 자신들의 고집은 꺾고 상대방의 목소리를 존중 줄 아는 의회, 이제 진정 힘겨루기를 종식하는 모범적인 거제시 의회로 회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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