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원 칼럼위원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라는 지면을 통한 인사와 함께 시작한 한 해가 어느새 다 지나고 벌써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글을 쓰게 되었다.

우리 모두에게 올 한 해에도 많은 의미 있는 사건들로 시간이 채워졌기를 기대하며, 기축년(己丑年)새해를 설계할 시간을 가져볼 때가 되었다. 한 해를 엮어온 사건들 중 대부분은 역시 사람사이의 일일 것이다.

모든 것이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고 사람으로 인해 진행되고 또한 종료된다. 그리고 그 사건들의 이면(裏面)에는 우리인간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이 함께 존재한다. 사건과 사람이라는 단어속에 포함된 희노애락의 감정은 때로는 대상을 평가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이라는 말에는 객관적이기 보다는 주관적인 면이 강하고, 이성적이라는 말에 상대되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정을 통해 상대를 평가할 경우 우리는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실수를 할 때도 많다.

세상에 떠도는 말이나 글의 대부분은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것이며, 한 사람만 건너게 되면 내용의 왜곡은 필연적인 것으로 되어버린다. 더구나 아무리 말이나 글로 사물이나 사건의 내용을 정확히 표현해 놓았다고 해도 말이나 글이 지닌 본질적 한계는 늘 존재하고, 또한 그것을 접한 개인은 각자 편리한 대로 사건이나 사물을 보게 된다. 

그래서 검은 것이 흰 것이 되기도 하고, 흰 것이 검은 것으로 되기도 한다.

왕년에 모 TV방송사의 편집국장을 지낸 이가 ‘언론이 사건의 진실을 보도하는 경우가 50%만 된다면 성공한 경우라고 본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세상에 떠도는 모든 것들이 사건의 본질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되고 습관적으로 의심하는 버릇이 생기게 된 것이다.

얼굴 예쁜 여자를 보게 되면 성형수술로 돈 많이 들였을 것이라는 생각과 사업이 잘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곧 부도가 나거나 망할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의심도 하게 된다.

성공한 사람은 그 성공의 이면에 추악한 모습이 있지나 않은지를 의심하게 되고, 부자가 된 사람은 부자가 되기 위해 갖은 불법과 탈법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의심은 의심을 넘어 불신으로 변한다. 불신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아름다운 것과 고귀한 것, 가치 있는 모든 일들이 평가절하(平價切下)되어 사회발전의 추동력은 사라지고 인간의 본성은 천박해진다.

요즘 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군 이래 오늘 만큼 잘 살아본 역사가 없고, 지구상의 어디를 가던 우리만큼 풍요로운 사회를 찾기는 힘들다.

그리고 그 풍요가 지속되지 않을까봐 불안해하고, 더 많은 욕구의 불충족 때문에 불평한다. 불신이 만연한 사회와 그로인한 피폐한 정신, 한없는 욕구 때문에 불안과 불평이 개인과 사회의 기저(基底)에 자리 잡고 있는 한 사회의 발전은 침체되고 개인의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난다.

그러므로 비록 불완전한 전달체계  밖에 갖지 못한, 결함 많은 존재로서의 인간임을 자인(自認)하더라도 존재하는 모든 사건과 사물의 밝은 면만을 볼 것을 권해보고 싶다. 사건과 사람의 밝은 면을 보고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불신할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믿고 존중하거나 인정해주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만이 우리가 원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듣고 보았다고 전부가 진실일 수는 없다.

때로는 내 귀를 의심하고, 때로는 내 눈을 의심하며 하는 말과 쓰는 글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덜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새해에는 정직한 사회, 믿음이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