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베들레헴에 예수가 태어나던 날 하늘에 이상한 별이 뜬다. 동방의 박사 셋이 유대인의 왕이 탄생한 징조라고 믿어 예물을 들고 경배하여 찾아온다. 그러나 정확한 위치를 몰라 당시 유대의 통치자였던 헤롯왕에게 왕이 태어난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 헤롯이 깜짝 놀라 박사들에게 만일 찾게 되거든 나에게도 알려 달라 그러면 나도 경배하러 가겠다고 약속한다.

헤롯의 약속은 속임수였다. 자기가 왕인데 새로운 왕이 탄생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께 경배하고 헤롯에게는 알리지 않고 돌아가 버렸다. 헤롯은 박사들에게 속은 줄을 알고 심히 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였다고 마태는 기록하고 있다.

헤롯(Herod)은 25세에 갈릴리 총독이 되고, 주전 42년 빌립보 전쟁에서 율리우스 시이저를 암살한 부르터스가 이끄는 로마군을 이긴 안토니와 옥타비아누스가 로마 황제에 올라 「가이사 아구스도」가 되면서 헤롯을 로마왕에 봉한다. 주전37년에 사마리아 갈릴리 지방 뿐 아니라 예루살렘까지 로마의 손에 들어가자 헤롯은 팔레스타인을 다스리는 유대왕으로 임명되어 주후4년까지 통치하게 된다.

헤롯은 머리가 비상한 책략가이며 정치적으로는 잔인한 독재자로 기록된다. 통치 초기에는 권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 장모, 동서까지 피의 숙청을 단행했고, 통치 말기에는 자기 아들도 모두 죽인다. 정치적 업적으로는 유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성전을 건축하는 등 예루살렘을 새 도시로 변모시켰다.

10명의 아내를 두었지만 주후4년에 성기가 썩는 악질에 걸려 69세로 죽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의 앞잡이로 여겨져, 그의 무덤이 로마에 대항한 유대인들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에 훼손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난달 이스라엘 고고학자들이 헤롯의 무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예수를 빛나게 해 주었던 악역의 상징 헤롯이 올 성탄을 더 빛나게 만들어 줄 것이다. (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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