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더큰사랑의원 박태환 원장

거제 더큰사랑의원 박태환 원장. @조민정
거제 더큰사랑의원 박태환 원장. @조민정

내가 받은 사랑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행복을 찾는 사람이 있다. 지난 5일 거제지역 최초로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 자격을 얻은 고현 더 큰 사랑병원 박태환 원장이다. 

아너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모임으로써 1억원 이상을 일시 기부하거나 5년 이내 1억원을 기부할 것을 약정한 경우 회원자격을 얻는다. 

거제 제1호 아너소사이어티가 된 소감에 대한 질문에 그는 "내가 뭐라고 1호라니, 제가 더 놀랐고 송구스럽고 부담 부럽습니다"라고 소박한 답변을 했다. 

그는 이웃 가게같은 병원 의사에게 '거제1호'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부담이었고 무기명 기부가 있는 줄 알았다면 무기명으로만 기부했을 것이라며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거제 제1호 아너소사이어티가 된 것보다 더 큰 중대사가 있었다. 평생 반려자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은 일이다. 결혼 전 그는 전문적인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조금 더 효율적이고 쓰임새 있게 사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랑의 열매'에 기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혼을 하면 수익과 재산은 배우자와 함께 공유해야 하는데 결혼준비 중 아내에게 기부 의사를 밝혔을 때 아내가 흔쾌히 허락하며 뜻을 같이해준 일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특별한 계기가 있어 기부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거제에서 병원 문을 열기 전부터 평소 단순히 수익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늘 석연찮아 적은 금액이더라도 가치 있는 일에 돈을 쓰고 싶어 나눔 실천을 시작했다. 

그의 평소 지론은 '기부도 습관'이다. 더 많이 벌어서 더 크게 나눔을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다 보니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2월 대구로 달려가 의료봉사를 펼치기도 했던 그는 어느 날  거제지역 한 아동복지 기관에 필요한 물품에 대해 물었더니 피아노·세탁기·TV 등 값비싼 물품이 아니라 '과자'라는 말에 깊은 생각에 빠진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을 위해 수 백 만원을 들여 과자를 구입해 진료실에 쌓아 놨는데 과자가 주인을 찾아갈 때 뿌듯했던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나눔이 실천은 결국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결코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제 더큰사랑의원 박태환 원장. @조민정
거제 더큰사랑의원 박태환 원장. @조민정

동네 '형·동생'이 되고싶은 사랑방 의사

거제에 와서 진료를 보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7년, 이름은 '박태환'이지만 수영과는 거리가 멀다는 그는 거제가 완벽하진 않지만 여유가 있는 도시라 좋다고 했다.

특히 보기엔 무뚝뚝해 보이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따뜻하고 다정한 경상도식 정서가 일상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단다.

사범대학을 다니면 대입 1차에서 떨어지고 의대에 붙으면서 의료인으로 살아왔다. 성적에 맞춰 진학한 것이라 당시에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의대에 입학했던 그해 4월 군대에 가면서 '의사'라는 직업이 해 볼 만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단다. 

일반 병으로 입대한 그는 훈련 도중 다친 적이 있는데 군의관에게 치료를 받으며 환자를 어떻게 진료해야 하는지, 의사로서 소명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에도 의사로서 소신 없이 지금처럼 이웃 같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었다. 

지금도 그는 아픔을 참아가며 아침이면 어김없이 조선소 현장에 나가는 또래의 조선소 노동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진료 마감 시간인 저녁 7시 넘게 환자를 받는 일이 많다. 

그의 진료실은 사랑방이기도 하다. 그의 환자들은 그에게 아픔 몸이 아니라 아픈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다.

신랑한테 서운한 일, 아들한테 서운한 일, 며느리가 작년에도 안 왔는데 올해도 안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픈 몸을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는 것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일이 더 낳은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결혼식에는 그에게 진료받는 어르신의 축의금 봉투도 적잖았단다. 그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그를 '의사 선생님'이 아닌 '손자나 아들 같이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어르신들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축의금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가 기부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생기면 보여주고 싶어 어르신들이 준 축의금 봉투를 모아 놓았지만 기부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다는 생각했고 장인 어르신과 장모님도 뜻을 같이 해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그는 특별한 사람도 아니며, 의술이 훌륭한 의사도 아닌, 앞으로도 소리 소문 없이 이웃들과 함게 나누고 살아가고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어르신들한테는 자식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내 또래 환자분들한테는 친구나 형, 아는 동생 같은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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