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아주동 22번 교차로서

 

"어~ 어~ 여기로 들어오면 안되는데…. 어~" 

순간적으로 나오는 탄성과 외침을 뒤로하고 빠르게 접근하는 차량에 '내가 틀렸나'라는 찰나의 의심을 붙잡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경고 크락션을 눌렀다. 하지만 무심하게도 차량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아주터널을 향해 질주했다. 역주행이다.

아주~양정터널에서의 역주행을 눈앞에서 본다는 것은 가슴 아픈 지난날의 되새김 같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 터널 교통사고의 경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던 양정터널.

운전자가 헛갈리기 쉬운 구조라는 계속된 시민호소와 언론의 질타속에서도 위험터널로써의 자리매김하며 당당하던 위상은 지난 2021년 음주에 의한 역주행 사고로 최고치를 찍었었다. 

시민 가슴에 큰 아픔과 상실감을 주고 나서야 행정은 움직였다. 그해 바로 거제경찰서는 총 6개월에 걸친 개선공사를 실시해 △대형 문형식 지주설치 △LED 진입금지표지와 진행차로 표시등 △같은 진행차로 적색포장 △노면색깔 유도선 △LED도로이정표 △역주행 방지시설 △긴급대피장소 등을 설치했다. 

거제시와 협업으로 아주~양정 간 구간단속 카메라 설치를 완료했고, 이 또한 지금 시행중이다. 

지난 21일 오전 9시30분께 아주신협 앞 22번 교차로에서 또다시 역주행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아주∼양정터널 진입로에서 빠져나와 2차선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 블랙박스에 촬영된 역주행 차량 모습. @문지영 시민기자
지난 21일 오전 9시30분께 아주신협 앞 22번 교차로에서 또다시 역주행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아주∼양정터널 진입로에서 빠져나와 2차선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 블랙박스에 촬영된 역주행 차량 모습. @문지영 시민기자

당시 거제경찰서는 "시설개선과 운전자들의 제한속도 준수 등 안전운전으로 터널 내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감소했다"고 밝히며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당부했다.

그러면 지금부터의 모든 문제는 운전자의 책임인가. 보통의 아침에 일반인이 쉽게 보게 되는 역주행에도 행정은 할 바를 다한 것인가. 붉고 푸르게 칠한 차선을 따라가다가도 넋이 나간 듯 역주행을 하게 만드는 요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주신협 앞 22번 교차로는 역주행이 빈번한 곳이다. 아주에서 신호를 받아 양정방향 터널로 진입할 시 역주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교차로의 특성상 도로 위에 어떠한 설치물도 있을 순 없다. 도로유도선과 역주행금지 표시가 주의를 요망하고 있지만 운전자의 부주의, 야간이나 날씨의 흐림유무는 역주행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비가 내리던 당시 운전자의 상태가 어떠한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언제든 역주행이 가능한 터널이라면 이 터널에서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은 곧 생명을 바친다는 의미다. 

아주동 주민 황경미(43)씨는 "역주행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의 개선공사로도 충분하지는 않다는 반문일 것이다"면서 "역주행센서 같은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문제의 원인은 알고 있으니 행정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각하고 행동해 보다 안전한 지역으로 만들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2022년 12월 국토교통부 제7차 위험도로·병목지점 개선사업에 선정되기도 한 '양정~아주터널진출입로 및 상동교차로 차로확장사업은 정부 예산편성 지연으로 인해 아직도 지지부진이다. 

'사람 안죽었잖아', '사고 안났잖아', '사고 많이 줄었잖아' '더 뭐하라고?' 하기엔 사고가 너무 가까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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