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취업한 실습생들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해야
높은 취업율에 비해 이직 많아
열악한 근무조건, 학교측 무계획적 조기취업 원인

창간 34주년을 기념해 1989년 창간호부터 인터넷신문이 없었던 2006년 5월까지 보도된 기사(지역역사) 중 독자들의 관심이 높았고 중요한 기사를 인터넷에 업로드합니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 거제지역 발전을 위한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입니다. 1989년부터 발행된 과거 기사를 톺아보시고 거제역사를 알아가십시오.  - 편집자 주

거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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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둔 실업계 고교 3학년들이 취업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업고 학생들 대부분의 취업은 계열특성에 따라 빠르면 2학기부터 시작돼 10월 중순경이면 현장실습이란 이름으로 절반이상 빠져 나가고 대학진학이나 미취업자만 남아 초조와 불안에 휩싸여 있다.

일반적으로 실습은 취업과 동일시되기 때문에 각 학교들은 매년 높은 실습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들의 실습실태는 실업교육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거제지역 4개 실업계고교 중 거제수고는 10월25일 현재 어업과가 90%, 그외 70%가 실습을 나간 상태며, 나머지 학교도 계열마다 100%에서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간고사가 끝나는 10월 말일경이면 90%이상 실습을 나갈 것으로 학교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 교육잡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졸업후 1년이내 회사를 옮기거나 서비스 직종으로 이직, 진학을 위해 재수하는 졸업생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높은 취업율에도 불구하고 이직율이 높은 것은 일이 고되고 저임금이 보편화돼 취업희망생들이 편하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서비스 업종으로 전환하는 현상이 몇년 사이에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초부터 제조업이 쇠퇴하고 서비스업이 비대해진 경제구조의 파행으로 서비스업종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실업계 고교 졸업생들에게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K종고 윤모교사는 학생들의 취업이 양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보수나 근무시간 등 질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학력간의 임금격차와 열악한 근무조건, 학교측의 무계획적 조기취업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간의 경쟁심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찍 아무곳이든지 취업을 원하는 것도 또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졸업전 현장에서 미리 실무를 익힌다는 실습의 근본 취지와는 달리 조기취업의 문제는 남은 학생들에게까지 심리적인 불안감은 물론 정상적인 수업을 방해하고 있다.

정상수업이 제대로 안되는 여건속에서 학생들은 일명 가취업이라 부르는 가짜 현장실습확인서를 학교에 떼다 주고 학원수강이나 더 나은 조건의 회사를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

학교에 나오는 경우도 그들의 표현을 빌면 "공부할 맛이 안난다"며 학교에 왔다가 오후에는 오락실이나 만화가게 등을 떠돈다.

이런 실업계 교육의 문제는 농고(농과반)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농고교육의 목표는 자영자와 농업관리직을 길러내는 것인데 자영할 땅은 물론 관련 직업이 없다.

거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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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유사직종도 인문계나 상과에서 차지하고 있어 현재 관내 실업계 고교중 거제종고가 가장 낮은 실습율을 보이고 있다.

또 학교 교육과정도 실습기자재의 부족으로 충분한 활용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며 농고(농과반) 실습은 영농실기보다 잡초제거 등의 단순노작이 많아 학생들 스스로도 기피하고 있다.

이렇듯 농고(농과반)의 문제는 우리 농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대부분 학생들이 공업계열이나 식품제조업 등 유사제조업으로 몰리고 있다.

한편 거제여상 및 상과반 여학생들 역시 관내 제조업이나 일반 중소기업이 없는 지역적 특성으로 취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이나 신협, 농협 등 금융기관에 입사하면 아주 잘된 경우고, 그외는 개인기업이나 개인사무실 경리직, 백화점, 쇼핑센터 판매직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2~3급의 실무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청소, 차나르기, 전화받는 일 등 잔심부름 하는데 그치고 있어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

또 여학생 취업은 회사취업 추천의뢰서에 용모단정을 명시화하고 있어 용모가 성적이나 생활태도보다 우선시되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데다 대부분 상과반인 여학생들은 취업조건이 되는 기능과목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수강 등 별도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이중의 부담을 지고 있다.

3학년 2학기쯤이면 대부분 2~3급 수준의 실제 실무능력을 갖추게 됨에도 세부화된 기능급수 검정에 매번 응시하는 등 잦은 검정에 따른 부담마저 안고 있다.

이에대해 실업계 교사들은 과거와는 달리 사무자동화로 실제 활용도가 매우 낮은 상업부기, 주산, 타자 등 기능교육과목을 현실화시켜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와 결합시키는 내용으로 교과과정이 재조정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학동안 학원에서 컴퓨터 실무교육을 받아 모업체 경리직으로 실습나간 K종고 추모양은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11시간 근무에 식대 및 교통비 35만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액수는 실습이 끝난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여학생들의 근무지가 개인기업이나 개인사무실로 근무규정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H농협 이모양은 근무 1개월이 다 되도록 자신의 보수를 모르고 있다.

입사 당시 관계자로부터 실습기간이기 때문에 "좀 적을 것"이라는 대답만 들었다며 단지 작년 선배들 보수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해 학교에서 실습생들에 대한 노동관련법 교육도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K종고 신모교사는 "실업계 학생 취업의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이직현상으로 실업계 학교가 단순 기능인력만 양성할 게 아니라 노동을 통한 자기실현과 또 보람을 느낄수 있는 현실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학교당국도 취업한 학생들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해 실습현장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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