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윤극영(1903~1988) 선생의 동요 '설날'은 어렸을 때 설날 지정곡과도 같았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왜 '까치설'인지, 까치도 설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까치설'을 사전에서는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그믐날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정월 초하루는 '진짜설'이고, 섣달그믐날은 '가짜설'이기 때문은 아닐까? 까치와 가짜는 발음이 비슷하다. 설이 되면 가장 마음 설레는 것 중 하나가 새 옷이고, 새 신발이다. 이를 '설빔'이라 하는데 설 전날까지도 엄마는 "진짜설에 입어야지" 하며 그전에는 입고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반드시 설날 아침에 설빔을 차려 입었고 세배를 드린 후에야 비로소 진짜 설이 됐다.

대문은 복과 재앙이 드나드는 통로이다. 그래서 섣달그믐날이 되면 세화를 대문에 붙였다. 이를 문배(門排) 또는 문화(門畵)라고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작호도(鵲虎圖)'였다. 우리말로는 '까치호랑이'다. 호랑이는 벽사(辟邪)를, 까치는 기복(祈福)을 상징한다. 이 작호도의 까치를 보고 아이들이 까치설이라고 불렀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이는 윤극영 선생의 동요 '설날'은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것으로 가사 첫 부분 '까치까치 설날'은 양력설을, 뒷부분에 나오는 '우리우리 설날'은 음력설을 가리킨다는 주장도 한다.

우리 민속을 연구한 서정범 교수는 까치설의 까치는 동물이 아니라 순우리말의 '작다'는 뜻을 가진 '아찬'이나 '아치'에서 왔다고 말한다. 섣달그믐날은 '작은설'로 '아찬설' '아치설'이라고 불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아치'가 발음이 비슷한 '까치'로 변했다고 보았다.

하여튼 까치설은 섣달그믐이고, 설날은 정월초하루다. 흐르는 시간이 어디 매듭이 있으랴마는 한 해의 마침표를 설 기분으로 찍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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