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로컬푸드 인증 1호 농가 강신영 씨

거제시로컬푸드 인증 1호 농가 강신영씨. @조민정
거제시로컬푸드 인증 1호 농가 강신영씨. @조민정

"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씻지 않고 바로 먹어도 탈이 없어요."

거제면 내간리의 비닐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거제시로컬푸드 인증 1호 농가의 주인공인 강신영씨가 자신이 직접 기른 상추 한 잎을 뜯어 건넸다.

거제시가 올해부터 지역 우수 농·특산품과 가공식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안전한 관리를 위해 로컬푸드 인증제를 도입했고, 첫 번째로 인증받은 곳이 그의 농가다. 

로컬푸드 인증을 받으려면 반드시 사전 의무교육을 이수하고 현장심사 및 토양·용수·식물체 시료분석 등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인지를 확인받아야 한다. 인증 후에는 수시로 안전성 조사 과정까지 거친다. 

로컬푸드 인증 농산품은 까다로운 검증을 통해 부적합 시 인증이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한번 인증받았다고 해서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검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밥상 위에 믿고 올릴 수 있는 농산품인 셈이다. 

그는 2008년부터 거제·연초·일운면 일대에서 블루베리와 쌈채소 등을 키우고 있다. 그의 자랑이자 자부심이기도 한 쌈채소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농법을 사용한다.

농사를 짓기 전까지 유통업에 종사했다는 그는 은퇴 후 삶을 고민하다 귀농을 선택했다. 고향 진주에서 농사짓는 어른들을 보며 자란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모습만 보고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만 했지 정작 농사를 시작하려니 농사 일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처음에 선택한 재배작물은 블루베리였다. 하지만 3개월 후 시간적 여유가 생겨 또 뭘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쌈채소였다. 

거제시로컬푸드 인증 1호 농가 강신영씨. @조민정
거제시로컬푸드 인증 1호 농가 강신영씨. @조민정

# 농부 경력 10년…영업비밀 공개

그렇게 시작한 쌈채소 농사가 어느덧 10년째다. 생선발효액비를 사용해 채소를 재배하다 보니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신선하고 품질 좋은 농산품을 얻을 수 있다는 영업비밀도 획득했다. 

영업비밀을 너무 쉽게 공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농민들이 다 같이 잘 사는 것이 꿈이기에 이런 건 비밀도 아니다"고 말했다. 

간혹 귀농을 고민하는 사람 중에 기존 마을 사람들의 '텃세'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시골인심은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베풀면 쉽게 열리기 때문에 큰 걱정거리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농사는 과학'이라고 했다. 이론만 공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재배에 접목해 보고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것이 농사라고 설명했다. 농사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었던 그가 처음 농사일을 배우는 데는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이 컸다. 거제시 농업대학 1기 졸업생이라고 출신대학을 당당히 밝히며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농부의 길을 걸어온 지 어느덧 16년이나 됐지만 그는 농사일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농사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물을 내다 팔 곳이 없어 주변 농업인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만든 단체가 '거제시로컬푸드 출하회'다. 

거제시로컬푸드 출하회는 출범 이후 꾸준히 지역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거제시에 건의했다. 회원들과 함께 대한민국 로컬푸드의 1번지로 손꼽히는 전북 완주군으로 견학을 다녀오는 등 로컬푸드 문화를 거제에 접목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현재 지역내 농협 6곳에 로컬푸드를 납품하고 있다. 아주동과 중곡동에 로컬푸드 복합매장 설립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로 4년째 출하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그는 로컬푸드의 강점은 오늘 수확한 농산물을 당일 배송해 싸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말에도 예외 없이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 농장을 돌아보며 일을 시작한다. 오전에는 채소 수확과 포장작업을 하고 오후에는 납품하는 쳇바퀴 같은 일상을 보낸다.

이 생활이 고단할 만도 한데도 그는 농사일이 너무 재미있어 앞으로 딱 10년 더 농사를 짓고 싶다고 했다. 노후에 일하며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엔 농사만 한 일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그는 농사일 이후 못마땅한(?) 점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채소 재배는 그가 도맡아 하는데 납품은 아내가 맡다 보니 모든 수입이 아내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본심은 호미도 한 번 잡아보지 않은 아내가 농사일을 함께 해준 덕에 여기까지 왔다며 늘 감사한 마음이다. 

그는 퇴직 후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농장교육'도 하고 있다. 본인이 알고 있는 노하우 전수와 하우스를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의 일상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는 영화 '홍반장'과 닮아 있었다. 그는 농사를 초보 농부들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교육을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으며 책으로 배우는 이론 보다는 직접 농사를 짓고 얻은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농사 전문가의 도움이 낫다고 설명했다. 

"아직 거제시 로컬푸드에 대해 잘 모르는 거제시민들이 많습니다. 거제시 로컬푸드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품은 철저히 농약검사 후 납품하는 제품으로 안심하고 식탁에 올려 먹으면 됩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