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잔디 교체 작업, 수개월 지나 부분적으로 말라 죽어
거제시·시공업체·위탁관리기관 모두 책임회피 원인조차 못밝혀

거제종합운동장에 심어진지 1년도 안된 잔디가 부분적으로 말라 죽어 있다. @사진=조형록.
거제종합운동장에 심어진지 1년도 안된 잔디가 부분적으로 말라 죽어 있다. @사진=조형록.

지난해 거제종합운동장에 식재한 천연잔디가 수개월 만에 부분적으로 말라 죽어가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어 부실시공 및 관리부실을 지적하는 시민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거제시는 지난 2022년 12월 예산 7억1800만원을 들여 거제종합운동장 천연잔디 교체공사를 진행했다. 나라장터 입찰을 통해 A조경업체가 공사를 맡아 시작했고, 이듬해 5월말 공사가 마무리됐다.

공사 당시 거제종합운동장을 위탁관리중인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이하 개발공사)가 천연잔디 교체공사에 앞서 운동장 배수처리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거제시에 건의했지만, 거제시는 확인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배수처리 시설등 시설비가 빠지면서 전체 예산 7억1800만원 가운데 4억5000만원만 사용됐고, 시는 나머지 금액을 불용 처리했다.

A조경업체는 공사를 마친 후 여름에 약한 잔디 특성을 고려해 5월말부터 8월말까지 천연잔디를 관리하고, 개발공사에 관리권을 넘겼다.

이후 식재된 천연잔디가 조금씩 말라 죽어가는 현상이 발생했고, 거제시와 개발공사는 잔디품종 때문에 불거진 문제라고 설명했다.

거제종합운동장에 식재된 잔디는 켄터키블루그래스 종으로 외국잔디라고도 불리는 품종이다. 고온다습한 기후에 약하고 겨울에 강하다는 특성을 가졌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 표준 메뉴얼에 기재될 정도로 전국 대부분 축구장이 애용하는 잔디다.

거제시와 개발공사는 천연잔디가 죽는 이유가 거제 기후와 맞지 않아서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 지속된 고온과 쏟아진 비, 거제시민축구단이 k4리그 일정을 치르면서 발생한 문제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경남지역 지자체(남해·사천·진주)로 견학을 다녀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했지만 대회 규정에 맞추기 위해 잔디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거제시와 개발공사는 오는 2월말까지 잔디가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흙을 깔고, 약과 비료 투입, 잔디가 죽은 자리에 새로운 잔디를 심어 관리할 계획을 세웠다. 또 고온다습한 기후를 최대한 억제하고자 송풍시설을 도입하는 등 환경개선 작업도 고려한 상태다.

A조경업체와 계약한 하자보수기간도 약 2년정도 남아있어 업체와 상의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A조경업체는 여름에 약한 천연잔디를 건강한 상태로 개발공사에 넘겼는데 지금처럼 말라죽어가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거제시와 개발공사가 관리를 잘못한 탓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전가했다. 거제시와 개발공사는 잔디 종 특성과 기후 영향 때문이지 관리 부실은 아니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거제시 관계자는 "천연잔디가 살아있는 생명이다 보니, 관리와 유지보수가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며 "남해군이 그동안 쌓인 노하우가 상당해 잔디를 잘 관리하고 있는 만큼 벤치마킹해 거제도 천연잔디가 제대로 관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거제시민 A(53·여)씨는 “잔디관리를 하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평소 운동장 위탁관리 기관에서 잔디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잔디가 죽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거제지역의 기후나 환경에 알맞은 잔디를 심고 관리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 시민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경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거제종합운동장에 교체된 천연잔디 품종인 켄터키블루그래스는 대표적 한지형 잔디로 한국의 여름 날씨(아열대 기후)에서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전문가 없이 일반 관공서나 가정에서의 관리가 쉽지 않은 품종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