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춘 칼럼위원

유달리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갔다. 그래서인지 청명한 하늘과 서늘한 바람이 왠지 고맙게 느껴지는 가을이다.

들녘에는 누렇게 잘 익은 벼가 황금물결처럼 일렁이고 감, 배, 밤나무 등에 매달린 유실수도 그 어느 해보다 질 익어가는 풍성한 가을이다.

제대로 불어닥친 태풍도 없었지만 진정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불볕더위를 이겨가며 온 정성을 쏟아부었던 농부들의 땀방울 덕택일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중국산이 아닌 농부들이 열심히 땀흘려 수확한 우리 농산물로 차례상을 장식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잠시나마 농민들의 애환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며, 농촌살리기 운동에도 동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될 것이다.

세상은 요지경이지만…

세금폭탄에 서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학생들의 취업문은 좁아질 대로 좁아져 갈곳이 없는 딱한 세상이다.

대학을 졸업한 취업 재수생들이 조선소 현장 근로자로 일하고 싶어도 받아주지 않는 이상한 현실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고 잘 살 수 있도록 해야할 국회와 정책 입안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자기네들 밥그릇 싸움에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이 나라가 어디로 갈는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여기에다 우리 거제시는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시민의 한 사람으로 불만스럽기 그지없다.
사등면 청곡리 일대에 들어설 계획이던 대주조선이 지역민들의 기대만 부풀리게 해 놓고 슬그머니 포기선언을 한 배경에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부동산 투기만 조장해 놓고 시와 시민들만 농락당한 꼴이 된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거제뿐만 아니라 온 방송, 신문매체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한 「쓰레기 게이트」 문제는 시민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사법기관의 수사결과에 따라 모든 의혹이 밝혀질 것이지만 분하고 억울할 뿐이다. 이번 사건이 현재 드러난 것처럼 모든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쓰레기 문제는 거제를 떠나 전국적인 수사대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좋지 않은 사례가 거제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자체도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은 결국 시민들과 우리국민들의 노력에 의해 제자리로 돌아올 것임을 확신한다.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 아래 환란을 슬기롭게 이겨낸 국민들이며 소득 3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부지런하고 현명한 거제시민이 있기 때문이다.

다람쥐에게도 풍성한 한가위를…

풍성한 한가위만큼이나 야생동물들에도 사랑을 베풀어주는 넉넉함으로 대해주자.

맛있는 묵을 만들기 위해 도토리를 주워가면 다람쥐는 겨울나기가 힘들어 질 것이다. 도 야산에 열린 개복숭아, 돌배, 어름, 돌감 등은 산새와 짐승들의 먹이로 몸보신보다는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 오히려 인간세계에 득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자연산은 무조건 좋다며 몸보신을 위해 인간이 모두 채취한다면 굶주린 야생동물들은 논밭에 내려와 농작물을 크게 해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야생동물을 미워하게 될 것이며 결국에는 농민들과 야생조수간에 웃지못할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내 몸 하나만 생각하는 욕심만 버리다면 자연도 순리를 따라 줄 것이며, 세상은 한가위만큼이나 넉넉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이번 성묘 때에는 가져간 사과 1개라도 산속에 남겨놓고 오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지.

진정한 사필귀정의 듯 헤아려 보아야

아무리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제자리를 지키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봉사한다면 반드시 본래의 참모습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거제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의혹사건과 지역간의 대립도 양보와 타협으로 결국 본래의 형태도 되돌아 갈 것이다.

특히 최근 벌어진 쓰레기 의혹 사건에 대해서 수사기관의 결과에 따라 그 잘잘못이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해당기관과 관계자 등에 대해 거기에 해당하는 마땅한 처벌을 내려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래야 거제사회는 본래의 참모습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지심도를 거제시로 이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와 20만 시민들의 염원도 국회청원심사 소위원회를 거쳐 반드시 우리품으로 되돌아 올 것으로 믿는다.

지심도는 원래부터 거제도의 섬이었다는 사실이 현실로 나타날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반드시 바른대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원리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추석을 앞두고 설레이는 마음도 좋지만 주변의 불우이웃이나 당장 갈 곳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명절인데도 불구하고 한톨의 곡식이라도 더 수확하기 위해 들판으로 나가는 농민들의 고마움도 다시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나라는 지키는 국군장병들과 우리 고유의 최고 명절인데도 고향에 올 수 없어 향수에 젖어 있을 외국파견 근로자들의 고마움도 되새겨 보는 한가위가 됐음 하는 바람이다.

세상원리가 사필귀정이듯 거제사회 모든 이치는 반드시 바르고 진실된 방향으로 되돌아가기를 이번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기원해 보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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