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사랑에 진심인 이주민 '딜라드 컬트 스캇(Dillard Kurt Scott)' 씨

딜라드 컬트 스캇(Dillard Kurt Scott)씨와 아내 이종윤씨. @조민정
딜라드 컬트 스캇(Dillard Kurt Scott)씨와 아내 이종윤씨. @조민정

세계 조선산업의 중심인 거제에서 외국은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친근한 이웃이다. 거제지역의 두 대형 조선소에 파견된 선주사 직원과 조선소 근로자 중 다수가 피부색도 눈동자 색도 다른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하

지만 거제의 외국인 이웃 대부분은 조선소에서 배가 만들어지는 기간 동안 머물다 일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는 나그네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연초천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던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인 딜라드 컬트 스캇(Dillard Kurt Scott·56)씨도 인터뷰 전까지 거제를 떠나갈 나그네라고 생각했다. 

그의 거제생활은 지난해 7월부터였다. 미 해병대를 제대한 후 거제에 살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그의 아내 이종윤 씨 때문이다. 

지난 1999년 일본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 후 2001년부터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의 아내는 이방인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거제를 보금자리로 정한 것도 아내의 고향인 부산과 가깝고 산과 바다가 모두 있는 거제도가 좋아서였단다. 

거제에서의 생활도 어느덧 1년 6개월. 거제에 살면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주저없이 자연이라고 했다.

산과 바다를 보며 마음이 여유로운 삶도 좋았지만 거제에 처음 살게된 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방인에게 친절한 거제 사람들이 마냥 좋다고 했다.

한국 생활에서 불편한 점이라고는 큰 체격 탓에 매장에서 제 몸에 맞는 옷을 구할 수 없어 양말을 제외한 웬만한 옷은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 살기로 마음먹은 날부터 언어 소통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한글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한글 공부에 그치지 않고 거제 역사교육과 다도·시조 수업, 전시회 등 한국, 그리고 거제문화를 배우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이다. 

환경정화 활동중인 스캇씨. @스캇 제공
환경정화 활동중인 스캇씨. @스캇 제공

거제도에 정착하기 전부터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요즘 아내와 함께 거제의 문화를 체험하고 배우는 것이 낙이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한우인 만큼 다른 한국어 발음은 몰라도 '한우'만큼은 또박또박 발음할 수 있지만 비싼 가격 탓에 자주 먹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의 한국사랑은 미국에서 살 때부터 대단했다. 평소에 맥주를 즐겨 만들어 먹다 우연히 막걸리도 발효주라는 사실을 알고 코리안타운에서 누룩을 구매해 막걸리를 담아 먹을 정도였으니 웬만한 한국사람은 흉내도 못낼 수준이다. 

그의 거제생활은 이미 지역에서 유명하다. 지난해 여름 연초천을 산책하다 하루 두 번씩 쓰레기를 줍던 취미생활이 각종 언론과 인터넷을 타고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요즘은 산악회 활동과 텃밭 가꾸기라는 새로운 취미생활 때문에 연초천 청소는 일주일에 두세 번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연초천 지킴이 활동은 멈추지 않고 있다. 텃밭에서 가꾼 다양한 채소를 식탁 위에 올리는 일도 좋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생활은 등산이다. 

그는 거제지역에만 1300여 명의 회원을 보유 중인 산악회 '산과 사람들'의 회원으로 미 해병대 출신답게 가방을 비롯해 등산 장비를 철저히 장착해 산을 오르고 있지만 고무신을 신고 가볍게 등산하는 할머니들에게 뒤처지기 일쑤란다. 

또 군복무 중에 입은 부상 때문에 속도 보다는 아내와 함께 발맞추며 시나브로 가라산·계룡산·노자산·옥녀봉·산방산·선자산·앵산·백암산·북병산·국사봉·대금산·망산 등 거제의 12대 명산을 완주를 목표로 '산악프로그램 인증 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정화 활동중인 스캇씨 모습과 거제명산 완주증. @스캇 제공
환경정화 활동중인 스캇씨 모습과 거제명산 완주증. @스캇 제공

그는 거제도에 명산이 많은데 '명산 인증 챌린지'나 '스탬프 투어 패스포트' 등 이벤트가 부족해 아쉽다며 거제시민과 시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한국 이름은 '징검다리'다. 본관이 어디 '징'씨인지 알 수 없지만 한국이름을 지은 의미만큼은 명확했다. 

연고도 없는 한국의 끝자락 '거제'라는 섬에서 살아가야 할 앞날에 새로운 노둣돌을 놓아 차근차근 한걸음씩 나아가겠다는 의지와 오랜 시간 한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징검다리처럼 살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최근 징씨 부부는 남부면 저구에 새집을 짓고 있다. 집을 짓는 건 징씨 부부인데 이사도 오기 전부터 저구마을 주민들은 기대가 크다. 저구마을 할머니들은 첫 외국인 이웃이 될 징씨를 맞기 위해 'Hello'라는 인사말부터 학습한 상태다.

징씨는 저구마을에 정착한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주민들에게 약초를 배우는 대신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