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한 사업가가 바닷가를 지나던 중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놀고 있는 어부를 보았다. 사업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왜 고기는 잡지 않고 놀고 있지요?"
"오늘 잡을 만큼 잡았습니다." 
"아니, 더 잡으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잖아요." 
"그래서 뭐 하게요?" 
"돈이 많으면 좋은 배를 사고, 배가 좋으면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지요." 
"그래서 뭐 하게요?" 
"부자가 되지요."

그러자 어부가 되물었다. 

"부자가 되면 뭐 하게요?" 
"전망 좋은 바닷가에 집을 짓고 편안하게 놀며 삶을 즐길 수 있지요." 

어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

돈과 행복은 어떤 관계일까? 연봉 2400만원인 사람이 평소 돈을 아끼고 아껴 100만원짜리 명품지갑을 사면 무척 행복해한다. 반면 연봉 24억원인 사람이 100만원짜리 명품지갑을 사면 딱히 행복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행복감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곡선형 그래프는 여러 학자가 내놓은 연구 결과물이다.

2022년 4분기 국세청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연봉은 4024만원으로, 4명 중 1명은 월급이 150만원이 못된다. 그런데 억대 연봉자는 112만3000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어떤 사람은 억대 연봉인데도 사는 것을 보면 쪼들리기는 보통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어떤 사람은 평범한 직장인인데도 시간 내어 여행하고 영화나 뮤지컬을 즐긴다. 소주도 한 잔씩 마시며 부자처럼 산다. '카르페디엠(carpe diem)' 오늘을 즐기며 산다.

'나는 내 아이들이 돈을 위해 살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 이런 말은 너무나 식상해서 죽은 문장이 되고 말았다. 말이 그렇지 누구나 돈을 위해 산다. 오죽하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라는 말이 2030세대의 마음이라고 여겼을까? 그런데 "돈이 많아지면 그 다음은요?" 하고 묻는 어부의 말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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