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계룡중학교 임창수 교장

계룡중학교 임창수 교장. @조민정
계룡중학교 임창수 교장. @조민정

"교사·학생·학부모 모두가 조화를 이뤄야 교육현장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는 교권 추락·학생간 따돌림·학부모의 빗발치는 민원으로 호된 몸살 앓이 중이다. 학생 인권만 강조하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제도가 없으니 교권은 추락하고 교육은 망가졌다고 얘기한다. 또 자녀가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피해 보는 걸 견디지 못하고 항의하는 부모가 늘면서 교사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거제시 계룡중학교 임창수 교장은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두고 정책이 변한다고 해서 현장에 바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교육 여건이나 환경이 조금 개선될 수는 있겠지만 어떤 정책이든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로 교직생활 30년째를 맞은 그는 1993년 경기도에서 첫 발령을 받아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같은 교사였던 아내의 설득으로 지난 1997년 거제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26년 동안 거제도 섬마을 교사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9월1일부로 계룡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했다. 계룡중으로 부임하고 보니 예상보다 중학교의 학교폭력(학폭) 문제가 심각했다. 부임한 해에만 40여건의 학폭 문제가 발생했고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하는 학생부장 선생님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는 교장 부임 후 늘 학교에 일찍 도착해 학생들의 배움터인 교실을 둘러보는 일로 일과를 시작했다. 하지만 불도 켜지지 않은 교실에 학생들만 덩그러니 방치된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계룡중학교 임창수 교장. @조민정
계룡중학교 임창수 교장. @조민정

그는 곧바로 교사들을 소집해 오전 8시30분까지 교사와 학생은 모두 교실에서 일과를 시작한다는 계룡중학교만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보통 학교는 교사들은 출근 후 교무실로 갔다가 수업 시간에 맞춰 교실로 이동해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계룡중학교 교사들은 일과를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계룡중에 이러한 규칙을 만들게 된 것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학생과 교사가 약속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말 한마디 더 나누게 되고 그것이 학생과 교사 간의 유대감을 형성해 밝은 학교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교육은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입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이 없다면 학생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는 말로만 '학폭은 나쁜 것, 바르게 생활하라'고 지도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말을 듣는 게 아니라고 했다. 청소년기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올바른 성장 과정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수업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면담이 더 중요하다며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학생들과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는 '교사-학생-학부모'라는 관계로 규정지을 것이 아니라 동등한 인간관계로 보고 대화하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의 지론은 계룡중 교사와 학생·학부모 모두가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냈으며 학교 구성원 모두가 서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최근에는 학폭 수가 대폭 줄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학폭이 줄어든 것도 환영할 일이지만 사실 그가 자랑하고 싶은 계룡중의 자랑은 지난 2011년 3월부터 계룡중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오케스트라다. 교육부 음악예술 중점학교로 지정되면서 양성하고 있는 계룡중학교의 오케스트라는 학교 내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소중한 경험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음악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밝아졌고 관심 없던 공부도 스스로 열심히 하게 된 것은 음악반에서 오케스트라를 합주하며 학생들 스스로가 '잘하고 싶다'는 내적 동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학생들과 교사가 서로 밝게 웃으면 먼저 인사하는 계룡중의 부쩍 밝아진 분위기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뭐 특별한 게 있나요"라며 빛바랜 명함 한 장을 꺼냈다. 

예전 016으로 시작하는 휴대폰 번호로 짐작해 20년은 넘었을 법한 그의 오래된 명함엔 '흔들리지 않는 교육, 내일을 꿈꾸는 교육'이라는 문자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 문구는  교육자인 아버지를 보며 '교사'가 되는 것 외에 다른 건 생각해본 적 없이 오롯이 30년 동안 교육자로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그의 교육관이었다. 

계룡중 임창수 교장이 20여년이 넘도록 사용했다는 명함. @조민정
계룡중 임창수 교장이 20여년이 넘도록 사용했다는 명함. @조민정

거제로 부임하면서 주로 특성화 고등학교에 교편을 잡았다. 그때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취업처를 마련해 주기 위해 뿌린 명함이 1만여장은 족히 된다고 했다. 그가 왜 '교육계의 마당발'이란 별명을 얻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랬던 그지만 지금도 후회가 남는 부분이 지난 제자들에게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 가끔 우연히 옛 제자들을 만나면 "선생님이 좀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옛 제자들은 "선생님 마음은 누구보다 우리가 안다"라고 해 고마울 따름이란다. 

그의 진심은 에둘러 말하지 않아도 제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그런 마음을 알아준 제자들을 볼 때면 30년 교직 생활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요즘 세대들은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는 지금도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교실을 지키고 있는 후배 교사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교사는 제자를 학생으로만 보기보다 한 사람의 인격으로서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30년 교직 생활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학부모들과 교사들에게 잘 전달하고 교류를 통해 학생들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권보호조치 이후에도 여전히 교사들은 하루에 한 명 이상 아동학대 신고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교권’과 ‘학생인권’의 가치를 두고 논쟁하기에 앞서 누구의 인권도 일방적으로 침해받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며 학생-교사-학부모 상호간의 평등한 존중과 배려가 정착돼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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