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남자는 70대가 지나 80대가 되면 살아있기만 해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남녀의 평균수명이 5년쯤 차이가 나니 나이가 들수록 남녀의 성비는 심한 불균형을 이뤄 4대1이 된다. 남자가 일찍 세상을 버리는 이유는 다양하게 있겠지만 우선 눈에 보이는 것은 술과 담배이니 이는 입의 즐거움이 아니라 뇌의 쾌감을 위한 것이다. 

몸에 나쁜 줄 알면서도 뇌의 즐거움을 위해 뼈아픈 선택을 하니 몸에도 좋고 뇌에도 즐거운 것을 찾아내어 즐기지 못하는 불쌍한 인간들이다. 이에 반해 건전한 취미는 몸과 정신에 다 좋다.

나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취미를 이어서 가져왔다. 시골 논두렁에서 세발자전거와 두발자전거 타기부터 해서 8살 때쯤에 만화를 알게돼 깊이 빠져들었다. '울트라맨' '킹콩' '공포의 계곡'은 지금도 그 장면과 대사가 생생하다. 만화 보기는 꾸준히 이어져서 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변호사가 된 이후도 가끔 만화방에 들렀다. 

초등 3학년 무렵에는 장기를 알게 돼 동네 이발관에서 아저씨들과 장기를 뒀고 상당한 고수로 인정받았는데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바둑을 알게 되니 장기는 뒷전으로 물러났다. 바둑이라는 넓고 깊고 오묘한 세계는 정말 말로 하기 벅차다. 바둑은 계속 이어져서 대학과 변호사 시절을 거쳐 지금도 전국 고교 동문전에 마산고 대표로 출전할 정도로 고수에 속한다. 

어떤 취미든 한번 깊이 빠지면 그 기량이 상당한 수준에 오르고 몇년이 지나 정신을 조금 차리면 차분하게 즐기게 된다. 그 재미가 깊을수록 오랫동안 사랑하게 되는 것은 마치 남녀가 사랑에 빠졌다가 시간이 흘러 쾌감의 도파민 호르몬이 다했다 하더라도 그가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면 친구처럼 연인처럼 오랫동안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음과 같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또 하나 알게 된 취미는 탁구다. 그 재미에 빠져서 중·고등학교 때는 거의 매일같이 학교를 마치고 탁구장에 들렀다. 대학에 가면서 탁구는 테니스에 그 자리를 내줬고 그것의 매력은 30여년간 나를 사로잡았다. 이제 나이가 환갑·진갑을 다 지나니 테니스는 너무 힘들어서 다시 탁구가 적절한 운동으로 자리매김해 매일 두어 시간 즐기고 있다.

중학교 때 또 하나 빠졌던 것은 무협소설이다. 경천동지할 장풍을 발사하고 경신술로 절벽을 뛰어오르는 신출귀몰하는 무림의 고수들, 답설무흔은 눈을 밟아도 흔적이 남지 않음이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절세미인은 나의 사춘기를 자극했지만 그 내용이 천편일률이라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영어로 말하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학창시절에 모범생에 수재소리를 들었는지라 문장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은 이미 상당했지만 30대 이후 영어를 말하는 서양인들, 호주·영국·미국인을 직접 만나면서  내가 말하는 것을 그들이 알아듣고 그들이 말하는 것을 내가 알아듣고, 마치 아이가 처음으로 말을 배워서 엄마 아빠와 대화를 하는 것과 같은 기쁨이 있다. 그 영어 말하기는 나중에 중국어와 일본어로 이어졌고 스페인어가 다음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다.

이렇게 나의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이기적인 취미를 떠나서 봉사활동은 어떨까? 보람을 느끼는 뿌듯한 마음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거창하게 오지로 봉사활동을 떠나지 않더라도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보자. 예수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아닐지라도 부처의 '무재칠시'는 실천해 볼 만하다. 재물이 없더라도 당신이 베풀 수 있는 7가지, 환한 미소로 맞아주고 자리를 양보하고, 좋은 말로 격려하고 위로하고, 같이 탁구를 쳐주고…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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