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거제고 총동문회장

김병기 거제고 총동문회장. @조민정
김병기 거제고 총동문회장. @조민정

지역내 유일한 고등학교 축구팀이자 전국대회에서 18회나 우승한 축구명문 거제고 축구부는 거제시민의 자랑이자 자존심이다. 

그러나 최근 거제시민축구단이 재정악화를 이유로 거제 축구부의 운영권을 포기하면서 존폐기로에 놓였다. 

여기다 거제고의 학교법인인 지성학원재단은 거제고에 축구부 운영 포기는 물론 교기마저 반납할 것을 요구해 거제고 총동문회와 거제고는 끝까지 거제고 축구부를 지키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제고 축구부의 명맥을 잇기 위한 선두에 김병기 거제고 총동문회장이 있었다. 

"1982년에 창단해 42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거제고 축구부는 거제 축구의 상징이자, 거제의 자부심입니다. 축구부 운영 포기는 물론이고 교기 반납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재단과 축구부 존폐문제로 협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김 회장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회장직을 맡아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김 회장은 선대 회장들이 그랬듯이 본업을 제쳐두고 모교 축구부를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9월13일 거제고 총동문회 역대 회장들과 동문회 집행부·사무처장 등은 지성학원 상임이사와 축구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면담 후 재단 측은 오는 2024년 2월24일까지 교기를 반납하라고 공문을 학교측에 보냈다.

김 회장은 재단의 재정상황이 힘들어 축구부 지원을 못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축구부의 운영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축구부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거제고를 돕기 위해 총동문회도 나섰다.

김병기 거제고 총동문회장. @조민정
김병기 거제고 총동문회장. @조민정

재단에서 지원이 불가능하다면 거제시의 지원과 교비·동문회 후원회 등을 총동원해 거제고 축구부의 운영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본지를 통해 '거제고 축구부의 존폐가 위태롭다'는 기사가 보도된 이후 시민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는 김 회장은 거제고 축구부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했다. 

거제고 축구부의 설립부터 매년 수천만원을 지원해왔던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04년 3월부터 지원을 중단한 것이 첫 번째 위기였다. 하지만 거제부 축구부를 지키기 위해 거제시민들이 나서 후원회를 결성하고 1인 1구좌 1천구좌 모금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1년만에 577구좌 모금을 달성해 매달 축구부에 577만원을 지원하면서 거제부 축구부는 다시 회생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때 거제시민들에게 '거제고 축구부는 거제시민의 축구부'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했다. 

현재 거제고 축구부의 불안한 사정은 선수들에게까지 영향을 줘 떠나는 선수가 속출해 현재 남은 선수는 겨우 15명에 불과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 회장은 남은 선수들의 의욕마저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거제고 축구부는 갈 길은 멀다. 축구부 운영을 위해 예산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감독과 코치도 선임하는 일이 시급한데 재단 측과의 이견으로 하세월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과 코치 자리가 공석이라 훈련은 중단된 상태며, 거제시민축구단에서 운영을 포기해 합숙소에 남은 선수들은 방치 상태나 다름없다. 

김병기 거제고 총동문회장. @조민정
김병기 거제고 총동문회장. @조민정

총동문회는 거제고가 운영하는 학교 기숙사를 축구부 선수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재단은 이마저도 불허했다. 김 회장은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재단에 축구부의 운영비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학교 축구부 학생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기숙사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거제고의 교기인 축구를 폐지한다고 해서 축구부 운영은 이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기를 폐지할 경우 특기생을 선발할 수 없어 우수 선수 영입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장승포초-연초중-거제고'로 이어지는 거제지역 축구 인프라도 무너지게 된다. 

거제고 축구부의 폐지는 지역 축구 꿈나무들을 타 지역으로 보내는 인재유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반대로 거제고 축구부의 부활은 타지역 학생들을 불러들이는 인재 유입의 새로운 롤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실제 거제고 축구부의 위기 이후 장승포 초등학교 축구 특기생의 유출이 심각했었다. 

김 회장은 인근 고성군이 칠성고등학교 축구부에 지원해주는 예산이 2억5천만원이라며, 이는 고성지역 축구발전에 큰 힘이 돼 좋은 성적과 우수한 선수가 배출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거제고 축구부의 존폐여부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거제시도 축구부 지원을 검토 중이라는 희소식이 있다"며 "거제고 축구부가 거제시민의 자랑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거제축구의 지존심이자 역사를 기억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모여 또다시 거제고 축구부를 일으켜 세울 준비를 하는 만큼 거제고 축구부 선수들도 희망을 잃지 말고 힘을 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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