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21회 흥남철수·거제평화문학상 공모전 시 부문 장려]

박소은
박소은

매서운 칼바람이 살을 에이고
변변한 신하나 없어 터져버린 발
아픈것도 모른채 
남쪽가는 배가 있다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인다.

함경도는 내고향
조상묘도 땅도 여기 있지만
전쟁에 자석들 죽는꼴 까지 볼 수 없다는
막순네 아바이는 두 살배기 막순이를 업고 뛰었다네.

길주서 내려온 조방네 아재비는
밤잠 안자고 아밤까지 들쳐업고 왔다하고
원산서 올라온 아지미는 시어마이에 애가 셋이라
먼저 내려간 아재비 찾으러 길을 나선다.

모인 부둣가엔
배 탈 사람은 많아 넘치고 자리는 없다 하고
너나 할 것 없이 타겠다고 아우성이라.

소아마비 용삼이 아바이 업자 하니 싸리치면서 하는 말
"아바이, 전 됐음둥 남쪽서 자리잡으믄 저 데릴러 오시기오."
산달 다되어 가는 애기네를 붙잡고 뛰어오는 아방
"야 만이라도 태워 주기오. 태워 주기오."

차마 안쓰러워 보기 힘든 모습
눈물로 호소하는 사람들을 보고
배는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엔
물자를 버리고 사람들을 태운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순간
우르르 사람들이 올라가고
휘몰아 치던 눈보라가 
꽃잎처럼 포근히 내려 앉던 그날의 흥남 바닷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순간에
우르르 사람들이 타고
살길인지 죽을길인지 조차 알 수 없지만
내 살수만 있다면야
내 살아서 다시 이 고향에 오리라.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