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년 윤앤김내과 원장
김창년 윤앤김내과 원장

"어젯밤에 도둑놈이 자꾸 집으로 들어오려고 문을 두드려서 한숨도 못 잤어." 

진료실 의자에 앉자마자 어르신이 나에게 하소연부터 하셨다. 

"어머니, 경찰에 신고는 하셨어요?" 
"신고했지, 그래서 경찰도 다녀가고 난리도 아니었어." 

밤에 일어났던 일을 다시 떠올리는지 할머니의 주름진 미간이 뱀처럼 구부러졌다. 이후로 십년이 다 되어갈 동안 매달 혈압약을 타러 오시는 할머니는 전날 밤 늘 도둑이 들었다고 얘기하셨다. 

함께 오는 보호자도 없었고 혼잣말을 주로 하시는 탓에 자세히 물어볼 수도 없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점차 건성으로 듣기 시작했고 할머니가 아프다고 말할 때만 귀를 기울였다. 

어르신들 아니 어르신의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들까지 소위 '치매 예방약'을 먹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약이 치매가 오는 것을 예방해 주진 못한다. 이 약은 뇌혈관 결손이나 퇴행성 질환으로 기억력 저하 또는 방향 감각 장애 등에 사용하는 약물이다. 그래서 치매 초기 환자의 경우 대부분 이 약을 사용하고 있다. 

점점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얘기하는 환자들이 많다. 집을 못 찾고 거리에서 방황하는 드라마 속 치매 환자들을 떠올리는 그들의 얼굴은 암 선고를 받은 사람들보다 더그늘이 깊다. 

나이가 들면 근력이 떨어지듯 기억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전자기기가 발달할수록 뇌를 사용할 기회는 점차 줄어든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하듯 뇌도 운동이 필요하다. 암기·계산·외국어 공부 등이 뇌를 훈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일 고스톱만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자 상황에 맞는 뇌 훈련법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이 글을 쓰면서 서두에 언급한 어르신의 진지한 얼굴이 다시 떠오른다. 그런데 진짜 매일 도둑처럼 누군가 할머니 집을 침입하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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