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거제시민상 수상자 매미성 성주 백순삼 씨

제27회 거제시민상 수상자 매미성 성주 백순삼씨. @조민정
제27회 거제시민상 수상자 매미성 성주 백순삼씨. @조민정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일을 오래 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거나 수입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20년 동안 홀로 묵묵히 돌 하나하나에 희망을 담아 쌓아 올린 매미성 성주 백순삼 씨다. 

꾸준함은 우직함에서 온다고 했다. 우직함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는 바보 같은 결심에서 온다. 

백씨가 매미성을 쌓은 지 올해로 20년째다. 거제시민들은 오랜 세월 바보 같은 결심을 이어오고 있는 그에게 지난 7일 열린 '제29회 거제시민의 날' 기념행사 무대에서 거제시민상을 전달하며 그동안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지난 17일 매미성에서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에 박인 굳은살은 지난 세월을 이야기해주는 듯했다. '작업 중, 말 시키지 마세요'라고 안내판을 세워두고 매일 아침 돌을 쌓는 그는 거제지역 대형 조선소에서 근무하다 한동안 아내의 건강 때문에 부산을 오가며 매미성을 쌓다가 2년 전부터 거제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그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제방을 만들려고 시작한 일이라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가 성을 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완성 없이 계속 성을 쌓아가겠다는 그에게서 매미성의 주재료인 화강석과 같은 단단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제27회 거제시민상 수상자 매미성 성주 백순삼씨. @조민정
제27회 거제시민상 수상자 매미성 성주 백순삼씨. @조민정

# 성을 쌓는 일은 운명이자 꿈

"내 사주팔자가 물과 가까이해야 좋다고 들었는데 땅을 사게 된 것도, 성을 쌓게 된 것도 운명인가 봅니다."

백씨는 1981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선박설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은퇴 후 가족들과 여생을 보낼 목적으로 2001년 북항마을에 땅 600여평을 매입했다. 매미성 부지는 우여곡절 끝에 백씨의 소유가 됐다. 돌이켜 보면 땅을 산 것이 아니라 땅이 자신에게 온 것 같다고 했다.

땅을 사고 1년 6개월만에 첫 수확을 기다리던 때 불어닥친 태풍 매미는 그가 경작하던 밭을 휩쓸었다. 엉망이 된 밭을 복구하기 위해 거제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유지인데다 피해규모가 크지 않아 복구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건설업체에 제방 쌓는 일을 문의했지만 태풍으로 진입로가 없어져 그마저도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그는 자신을 믿고 돌덩이를 하나하나 옮기고 쌓는 일을 시작했다. 공사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인간의 집념이 자연재해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가 처음 매미성을 쌓기 시작할 무렵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그가 한 일이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지금의 매미성은 인간의 집념과 열정이 무한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제27회 거제시민상 수상자 매미성 성주 백순삼씨. @조민정
제27회 거제시민상 수상자 매미성 성주 백순삼씨. @조민정

#손해를 보는 것도 지혜다

지난 20년 동안 매미성을 쌓으면서 세월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매미성이 유명해지면서 조용했던 북항마을이 시끌벅적해지자 일부 주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고, 공유수면 문제로 홍역도 치렀다.

매미성의 일부 성벽이 공유수면 침범으로 건축법을 위반했다고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문제는 현재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상회복 의무 면제를 받았다. 이후 공유수면 침범으로 부과된 변상금 500만원을 지불하고, 공유수면에 세워진 성벽은 거제시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변상금을 못내겠다고 한 번쯤은 어깃장을 놓아 볼 만도 한데 그는 시와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쪽을 택했다. 매미성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주민과 관광객의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에서도 14억원의 예산을 들여 매미성 인근에 주차장 95면을 신설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올해는 의미가 남다른 해다. 첫 돌을 쌓은 지 20년째이기도 하지만 한적한 시골 어촌마을을 연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가는 거제 대표 관광지로 만든 공로가 인정돼 거제시민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거제시민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그는 거제시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길이 없었는데 거제신문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이 자리를 빌어 거제시민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매미성의 완성은 없다던 그는 최근 둘째아들의 권유로 매미성 옆에 카페를 지어 수익금 일부를 매미성 개발에 사용해 매미성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생각이다.  

그는 "돌이켜 보면 매미성은 제가 쌓은 것이 아니라 고집스런 남편을 묵묵히 뒷바라지한 아내가 쌓은 성이며 매미성의 주인은 이곳을 찾는 모든 방문객"이라고 말했다.

제27회 거제시민상 수상자 매미성 성주 백순삼씨. @조민정
제27회 거제시민상 수상자 매미성 성주 백순삼씨. @조민정

- 거제시민의 상 수상 소감은?
= 거제시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길이 없었는데 거제신문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거제시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매미성을 쌓아 올린 것은 본인이지만 매미성이 유명해지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거제시민의 관심과 애정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계획했던 ‘자연재해에 맞설 만큼 튼튼한 성벽’에 대한 목표는 수년 전에 이뤘지만 앞으로는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쌓아갈 생각이다. 매미성의 성돌이 하나하나 더해지는 동안 거제시민과 관광객들과 함께 꿈과 희망을 나누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제27회 거제시민상 수상자 매미성 성주 백순삼씨. @조민정
제27회 거제시민상 수상자 매미성 성주 백순삼씨. @조민정

- 매미성을 쌓아 온 지난 20년 돌아본다면  
= 매미성의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매미성을 중심으로 주변 상권이 살아났다는 점에 감사해하고 있다. 처음 이곳에 땅을 매입할 때 하더라도 복항마을은 구멍가게 하나 없었다. 

마을 세대 대부분이 노인가구였고 가족같이 지냈다. 그러나 최근 상가 등으로 번화한 복항마을은 원주민의 자녀 또는 손자들이 점포를 운영하며 활기를 찾고 있다. 

매미성이 고향을 떠난 사람들과 관광객을 불러들였다면 앞으로는 미래를 위해 마을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마을이 더 윤택해졌으면 한다.

북항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시방리, 대금리까지 이어지는 관광지로 발전해 다 같이 살기 좋은 마을이 만들어지길 희망하고 행정에서도 매미성 일대 관광 상품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 앞으로 매미성에 대한 계획은  
= 매미성에 완성은 없다. 원래 계획했던 바닷가 구간은 오래전 마무리가 됐다. 규모가 작다 보니 내실 있게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퇴직 전까지 월급을 받아 공사를 했지만, 퇴직 후에는 공사비용 마련이 어려워 적잖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 최근에 둘째 아들이 매미성 한 편에 작은 카페를 지어 거기서 나온 수익으로 매미성을 쌓는 것 어떠냐고 제안해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다.

매미성이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건 곡선과 직선을 불규칙하게 넘나들며 바닷가 능선을 따라 축조됐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매미성에 지어질 카페도 자연경관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도록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다.

돌이켜 보면 매미성은 제가 쌓은 것이 아니라 무모한 도전을 고집하는 남편을 묵묵히 뒷바라지 한 아내가 쌓은 성이며 매미성의 주인은 이곳을 찾는 모든 방문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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