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거가대로 통행료 평일에도 20% 할인 추진
예산 32억 "도비 안 되면 시비로" 내년 상반기 목표
"땜질식 처방보다 고속국도 승격·인하해야" 목소리도

거가대로 통행료가 이르면 내년부터 평일에도 할인될 전망이다. 사진은 거가대교 톨게이트 모습. @사진= 김영석 인턴기자
거가대로 통행료가 이르면 내년부터 평일에도 할인될 전망이다. 사진은 거가대교 톨게이트 모습. @사진= 김영석 인턴기자

주말과 공휴일에 한해 20% 할인되는 거가대로 통행료가 이르면 내년부터 평일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단 차주의 주민등록지와 차량 등록지가 거제시여야 하며,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임시방편적인 '할인'보다 거가대로를 국도로 승격시켜 통행료를 고속국도 수준으로 '인하'하는 근원적 처방이 시급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박종우 거제시장은 지난 10일 거제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시정 주요사업 추진현황 언론인 간담회'에서 "시에 등록된 차량에 한해 평일 24시간 거가대로 통행료 할인을 추진중"이라며 "경남도와 협의 중이고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거제시에 따르면 차주 주민등록과 차량 등록지가 거제인 차량에 대해 평일 24시간 통행료 20%를 할인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상 차량은 총 11만여대로, 추정 소요 예산은 연간 32억원이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계획을 이미 경남도에 전달하고 지원을 건의한 상태다.

할인혜택이 적용되면 승용차는 1만원에서 8000원, 5.5톤 이하 화물차는 1만5000원에서 1만2000원만 내면 된다.

대형·특대형 화물차는 각각 2만원·2만5000원에서 1만6000원·2만원으로 부담이 줄어든다. 

시는 도와 협의가 마무리되면 시의회 조율을 거쳐 관련 조례를 신설하고 지원차량 판별 시스템을 구축해 2024년 상반기 중 시행할 계획이다. 지원차량 판별시스템 구축은 약 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거제시는 도비 지원이 불가능할 경우 시비를 들여서라도 시행할 방침이라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총연장 8.2㎞인 거가대로는 부산과 거제를 잇는 유료도로로 민자 9924억원과 국가재정 4473억원을 들여 2010년 12월 개통했다. 부산~거제 간 운행거리가 140㎞에서 60㎞로 줄고, 이동시간도 2시간 1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됐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통행료로 불만을 사고 있다.

박종우 시장은 "영종대교와 인천대교의 경우 요금을 절반 이하로 내려 전 국민이 혜택을 받게 됐고, 섬 주민은 아예 무료가 됐는데 유독 거제만 아무런 혜택을 못 받고 있다"며 평일 통행료 할인 추진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국토교통부가 민자도로 요금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다. 지방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통행료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그때까지 시 재정으로라도 시민 부담을 줄일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거가대로 통행료는 승용차 기준 1만원이다. 1㎞당 1220원꼴로 고속도로를 포함한 전국 유료도로 가운데 가장 비싸다.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는 거제시민사회단체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인하 운동에 들어갔고, 정치권까지 가세해 요금 인하를 압박하자 2020년 대형·특대형 화물차 요금만 5000원씩 인하했다.

찔끔인하에 압박은 계속됐고, 결국 경남도와 부산시가 나서 지난 1월1일부터 1년간 휴일(토·일·공휴일)에 한해 통행료를 20% 할인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일준 국회의원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유료도로도 명절 연휴와 출퇴근 시간 통행료를 감면해 주는 내용의 '유료도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열린 언론인 간담회에서 박종우 시장이 이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지난 10일 열린 언론인 간담회에서 박종우 시장이 이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국토부, 민자도로 통행료 등 대응방안 용역 착수

그러나 거제시가 추진하는 평일 20% 할인에 대해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요금 인하가 아니라 임시방편적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국토부 등 정부의 근원적 요금 인하를 이끌어내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거제시의 설명에도 굳이 시비까지 들여가며 할인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반응이다.

시민 A씨는 "민자도로인 영종대교나 인천대교도 10월1일부터 통행료가 절반으로 인하됐지만 재정고속도로 대비 통행료가 7.7배나 높은 거가대로는 아직까지 터무니없이 비싼 통행료를 받고 있다"면서 "이들 사례처럼 거가대로도 고속국도로 승격한 후 도로공사 관리로 통행료를 인하하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시는 경남도와 거제시가 주도적으로 건의해, 국토부가 용역비 3억원을 들여 통행료 개선 확보 방안 용역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착수보고회를 가진 용역은 '지방자치단체 민자도로의 현황 분석과 대응방안 마련 연구'이다. 용역 기간은 2024년 12월까지다.

연구 용역을 수행하는 한국교통연구원은 △국토부 소관 민자고속도로 운영 현황 분석 △지자체 소관 민자도로 운영 현황 비교·분석 △관련 법령·기준, 국내외 사례와 경제동향 분석 △지자체 소관 민자도로 쟁점·현안 검토 등 개선방안 제안 등을 과업으로 설정해 지자체 소관 민자도로 관리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착수보고회에서 지난 2월 통행료 인하를 발표한 영종대교·인천대교 사례처럼 거가대로를 고속국도로 승격한 후 도로공사 관리로 통행료를 인하한다면, 물류비용과 통행료 부담이 낮아져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연구 용역에서 마창대교·거가대로 통행료 인하 방안과 거가대로 고속국도 승격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서일준 국회의원은 지난해 '국가기간시설 정상화를 위한 거가대로 고속국도 승격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하며 거가대로를 국가간선도로망 구실을 할 거제~통영 고속도로와 남부내륙고속철도 등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도의회와 거제시의회는 2019년부터 거가대로 통행료 인하 결의안과 건의안을 지속적으로 의결하며 지역 간 산업현장과 항만·공항 연결이 동남권 물류시스템에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또 거가대로가 고속국도로 승격되면 정부 관리로 전환돼 통행료와 손실보전금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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