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사랑에 빠진 쌍둥이 딸바보 문지훈 거제시씨름협회장

문지훈 거제시씨름협회장. @이남숙
문지훈 거제시씨름협회장. @이남숙

어르신 스포츠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젊고 매력적인 씨름을 만들겠다는 거제시씨름협회장 문지훈 회장은 거제여자씨름단 여자 장사를 둔 씨름사랑꾼이자 실제로 사랑스런 쌍둥이딸을 둔 마흔세살의 청년아빠다. 

위더스제약 '2023 민속씨름 거제장사씨름대회'가 한창인 지난 5일 거제시체육관에서 그를 만났다. '나에게 씨름이란' 물음에 그는 "모래판에서 열정을 쏟고 시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 배움이 되는 스포츠"라며 애증을 표했다.

거제시씨름협회장 임기가 내년까지라 임기중 마지막 씨름대회가 될 것 같다는 그는 최선을 다해 이번 대회를 잘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씨름협회장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냐는 질문에, 협회의 어려움은 열심히 노력해 해쳐나가면 되지만 거제시에 부탁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문지훈 거제시씨름협회장. @이남숙
문지훈 거제시씨름협회장. @이남숙

그는 전남 영암군을 예로 들었다. 지난 1월19일부터 24일까지 전남 영암군 영암실내체육관에서 6일간 진행된 '2023 설날 민속장사 씨름대회'에 참가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는 문지훈 협회장은 당시 영암군 모든 공무원이 씨름장을 찾았던 것과 2만여명 군민들의 화이팅 소리가 많이 부러웠단다. 

게다가 지역업체에서 생산한 각종 가공품·식용유·술·쌀과 황소·차량 5대까지 경품으로 나와 영암군민 모두를 하나로 모이게 했다고 전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다시 지역사람들에게 환원하는 이 형태는 거제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라고 말하면서 씁쓸해하기도 했다.

그는 씨름은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아니냐는 물음에 펄쩍 뛰었다. 지방으로 갈수록 어르신 마니아가 많지만, 서울 등 대도시로 갈수록 예사롭지 않은 비주얼과 팬서비스를 가진 젊은 선수들이 많아 극성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현재의 씨름은 젊어지고 있다고 한다.

문지훈 거제시씨름협회장. @이남숙
문지훈 거제시씨름협회장. @이남숙

지난 3일 거제장사씨름대회 예선전에 출전한 매화급(60㎏ 이하) 김은별(안산시청) 선수 경우에는 서울·경기에서 50여명의 팬클럽이 왔다고.

이들중 일부는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와 김 선수의 모든 경기를 망원렌즈로 담고 선수를 챙기는 극성을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문 회장은 왕년 씨름선수들이 지금은 TV예능 MC나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경량급에서 한 체급이 더 낮은 소장급이 생겨 지금보다 빨라진 씨름과 연예인 못지않을 씨름 선수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핑클파마에 갈색머리, 군살없이 적당한 신장에 양복핏이 멋진 40대 문 회장도 젊은 씨름 발전에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거제씨름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물음에 그는 씨름은 옛날처럼 체중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유소년 씨름선수 육성과 씨름의 저변확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룡초등학교 씨름단은 경남을 넘어 전국에서 강팀으로 알려져 있고, 지난 2022년 11월4일 창단된 옥포성지중 씨름부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문지훈 거제시씨름협회장. @이남숙
문지훈 거제시씨름협회장. @이남숙

또 거제지역 고등학교로 진학시켜 프로선수까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지만 거제에 씨름부가 있는 고등학교가 없어 타지역으로 보내야 하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고 전했다. 

그는 2년 전부터 무상으로 거제에서 유치부 씨름교육을 하고 있다. 손영민 거제씨름협회 단장이 지도자 자격증을 따 첫해는 10개 유치원을 교육했다. 

지난 6월24일 전국 최초로 '제1회 거제시장배 유치부 장사씨름대회'를 개최한 것은 문 회장의 씨름 사랑이 묻어나는 한 단면이다. 당시 11개팀 총 99명의 선수가 참가해 경기가 과열돼 오히려 걱정되기도 했다고. 

대회 경품으로는 장난감과 황소트로피·거제시청 여자 씨름선수들의 자필 싸인서비스까지 곁들여 좋은 호응을 얻었다. 유치원생들에게 추억을, 가족에게는 가족운동회 같은 축제를 마련해주고 싶었다며 이 대회 개최의미를 설명했다. 

문 회장은 오전 6시에 눈을 떠 아버지의 양식장 일을 돕고 자신의 회사일도 하나씩 챙긴다. 오후에는 거제씨름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고민·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주로 씨름관중 확보와 거제씨름장 및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홍보할 것인가를 궁리한다고 했다.

자녀를 씨름선수로 키울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운동도 좋고 공부도 좋고 자식이 원하면 최선을 다해 돕겠단다. 그러면서 거제씨름협회장을 맡기 전에도 아내와 전국으로 씨름경기를 보러 다녔다면서 '씨름 사랑'을 자랑했다.

그는 좋아하는 남자선수는 정도언(의성군청), 여자선수는 거제씨름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를 응원하지만 장사 타이틀을 거머쥔 이다현·서민희 선수가 앞으로도 계속 장사에 등극하기를 응원한다고 했다.

또 씨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주로 주변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라는 그는 임기동안 최선을 다하겠지만 차기회장은 씨름에 정통하고 주체적으로 협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분이 거제씨름협회를 맡아 '거제하면 씨름'이라는 별칭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