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비 64억300만원 등 총사업비 632억원 추정
역사적 가치‧상징성 주장하며 철거 ‘신중론’도 제기

거제포로수용소 전경. @거제신문DB
거제포로수용소 전경. @거제신문DB

1999년 개관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복합 문화공간인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민선8기 박종우 거제시장의 공약사업이기도 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시민공원화 사업은 유적공원 내 전쟁·포로·복원존(zone) 시설물 대부분을 철거하고 시민들의 여가‧휴식이 가능한 시민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유적공원이 6·25전쟁 포로 관련 국내 유일한 현충 시설인데다 역사와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역사공원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시설을 철거한다는 계획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포로수용소 잔존 유적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유적공원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거제 관광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는 측면에서 철거에 신중을 기해야 입장이다.

이와 관련 거제시는 지난달 26일 거제시청에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시민공원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갖고 거제시민공원화 비전과 목표를 밝히며 밑그림을 제시했다.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유적공원 내 전쟁·포로·복원존(zone)에 설치된 시설물 대부분을 철거하고 수목 등을 심어 시민공원으로 새로 조성된다. 다만 포로존의 포로수용소유적박물관은 유적공원의 상징성을 보존하기 위해 철거 후 아카이브 등을 갖춘 새로운 모습으로 건축‧조성된다.모노레일 승강장이 있는 평화존은 이번 계획에서 제외돼 존치된다. 또 현재 유적공원 안에 있는 잔존유적지도 보존된다.  

지난달 26일 거제시청에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시민공원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제시된 거제시민공원 밑그림 계획도. @백승태
지난달 26일 거제시청에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시민공원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제시된 거제시민공원 밑그림 계획도. @백승태

포로수용소 관련 기존 시설을 없애는 대신 유적박물관 재단장과 녹지 공간 조성을 통해 시민 휴식·여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민공원화 추진 배경은 개관 24이 지난 유적공원은 시설 노후화와 도시민의 여가트랜드를 반영한 체험‧볼거리 부족 등에 따른 지속적인 관람객 감소, 시민공원화의 필요성 제기 등이라고 거제시는 밝히고 있다.

2013년 69만명으로 점점을 찍었던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관람객은 꾸준히 줄다가 지난해 23만명으로 줄었고, 올 8월말 현재 16만명 수준으로 2013년 대비 77% 정도 감소했다.

연간 수입 또한 2018년 21억7500만원에서 2023년 8월 기준 9억5200만원으로 56.2% 줄었다.

거제시가 밝힌 시민공원화 사업은 3단계로 추진하는 것으로 구상됐다.

1단계는 기존 시설 철거 후 녹지 조성으로, 철거비용 64억300만원과 공원 조성비용 5억2500만원을 합해 총사업비 69억2800만원이다. 6·25역사관과 탱크전시관, 반공포로막사, 포로 대립·생포·생활관, 디오라마관, 체험전시관(1950) 등이 모두 철거되며 평화미래전시관 등이 포함된 평화존과 흥남철수작전기념비‧UN분수광장‧유적박물관은 철거 대상에서 제외된다.

2단계는 기존 유적박물관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유적박물관 시설보수 및 리모델링 사업비는 134억원으로 추정되고, 신축 사업비는 사업 계획에 따라 많게는 189억원에서 329억으로 예상했다.

신축 방안 1‧2‧3안 가운데 3안은 현 주차장 부지를 지하주차장(주차면수 175대)으로 조성하고 상부 주차장 부지에 유적박물관을 신축하는 방안으로 가장 많은 사업비가 예상된다.

3단계는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는 최종 계획이다. 6만992㎡ 면적에 조경 및 경관‧놀이 및 휴식시설‧산책길‧이동편의시설을 갖춘 시민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으로 사업비는 192억원이 예상되며, 3단계까지 추정되는 총사업비는 632억원이다.

하지만 거제시가 시민공원화를 정상 추진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시민공감대 형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로 돼 있는 유적공원 소유권을 이전받아야 한다. 소유권을 개발공사가 가질 경우 공원 조성에 따른 행정적 절차와 운영에 제약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영역사는 중앙정부 관련 정책 및 지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거제시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개발공사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기 위해서는 출자 당시 금액인 224억원을 지급해야 하며, 이는 공사 이사회 의결과 거제시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거제시는 우선 시의회 승인을 받아 소유권을 이전받고 224억원에 대해서는 현금이나 현물로 3년 분할지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시 기획예산실 관계자는 “시민공원화 사업을 위해선 행정절차에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총사업비 632억원은 중기지방재정에 반영시켜야 하며 공모 등을 통해 국도비 확보 계획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용역 결과는 기본계획을 검토하는 단계로 앞으로 지역 사회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시민 공원화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행정 절차상 최적의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용역보고회에 참석한 거제시의회 노재하 의원은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공원이며 거제 관광의 랜드마크로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시민공원으로 하더라도 포로수용소라는 역사적 콘텐츠를 유지하면서 공원화해야 한다”며 “시민들은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관광객은 관람을 하는 곳으로 병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시설물 철거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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