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손자들과 카톡 주고받는 재미 쏠쏠"
비뚤비뚤 꾹꾹 눌러 쓴 손글씨로 시화전도 개최

거제몽돌학당 수업 모습. @거제시 제공
거제몽돌학당 수업 모습. @거제시 제공

"'ㄱ'자도 모르는 까막눈이었는데 글도 배우고 재미난 얘기도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 7번의 수술을 받고 유모차를 밀고 몽돌학당에 가지만 수업이 있는 날이면 누구보다 일찍 나가 선생님을 기다려 한글을 배운다."

"서툴지만 이젠 자식들과 손자들과 카톡을 주고받고 편지도 쓸 수 있어 행복하다. 글을 깨우치고 나니 시내버스 번호랑 행선지도 볼 수 있어 버스 타는게 즐겁고, 은행에 가서 이름 석자 적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 간판을 보고 병원에 가는 것도 예사다."

"못 먹고 못살던 어려운 시절 살라보니 글보다도 일을 배웠는데 90이 다 돼 글을 배우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노인정에서 화투치기만 하고 놀았는데 선생님이 글도 가르쳐주고 재밌는 놀이와 운동도 함께 하니 너무 즐겁고 수업시간이 기다려진다. 배움에 나이가 있나요."

"어릴적 잠깐 한글을 배웠지만 제대로 알지 못해 창피했는데 이젠 시(詩)를 써 시화전도 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소문이 나면 다른 동네에서 많이 신청해 내년엔 우리 동네에서 못할까 봐 소문내지 말라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내년에도 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지난 20일 열린 거제몽돌학당 졸업식 모습. @거제시 제공
지난 20일 열린 거제몽돌학당 졸업식 모습. @거제시 제공

지난 20일 거제시청 도란도란 문화전시실에서 열린 '찾아가는 문해교실 거제몽돌학당 졸업식'에 참석한 늦깎이 졸업생들은 몽돌학당으로 인해 새로운 눈을 뜨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졸업 소감을 전했다.

시화전을 겸한 이날 졸업식은 박종우 시장을 비롯해 졸업생·문해교사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축사·격려사·졸업장·상장 수여·기념촬영 등이 진행됐다.

지난해부터 신규사업으로 시작된 '거제몽돌학당'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비문해 성인들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사가 경로당에 직접 방문해 주2회 2시간씩 총 25주간 한글과 기초수학·스마트폰 등 생활교육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경로당 8개소(거제면 산전·옥산마을, 둔덕면 아사·학산·농막·옥동마을, 사등면 언양마을, 장목면 두모마을)에서 총 90명이 교육에 참여했고, 이들 중 76명이 이날 졸업의 기쁨을 안았다.

특히 지난 6월 경상남도인재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한 경남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 김효선(행복글상)·이평순(행복글상)·김철금(희망글상) 어르신이 입상돼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축사에서 "배움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정말 대단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어르신들이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올해 배움의 성과로, 교육을 통해 표현한 시화작품 71여점이 오는 30일까지 거제시청 도란도란 문화전시실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학습자를 위한 응원 메시지를 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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