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팔순 김옥석 할아버지의 요양보호사 도전기
지고지순 사랑이 국가자격증으로 결실

팔순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딴 김옥선 할아버지와 부인. @조민정
팔순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딴 김옥선 할아버지와 부인. @조민정

병석에 누운 아내를 돌보기 위해 팔순이 넘은 나이에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도전해 당당히 자격증을 취득한 사례가 화제다. 

지난 5일 발표된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합격자' 명단에 동부면 김옥석(80) 어르신이 거제지역 최고령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팔순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노력이 국가자격증 취득이라는 열매를 맺은 것.

김씨는 10여년 전부터 허리수술 후 몸이 불편한 아내(74)를 위해 병간호와 함께 집안 허드렛일을 도맡아왔다. 

팔순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딴 김옥선 할아버지. @조민정
팔순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딴 김옥선 할아버지. @조민정

그러나 4년 전부터 아내의 건강이 더 안좋아져 매주 3회 신장투석을 받아야 했다. 또 무릎 연골수술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당뇨합병증으로 인해 수술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에 김씨는 지난 2월 아내가 다니는 병원 관계자가 아내를 더욱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에 따라 거제지역 드림요양보호사교육원(원장 신태선)에 수강 신청을 했다.

하지만 80세라는 고령의 나이는 전문자격증을 따는 일만큼 힘든 도전이었다. 

그는 매일 새벽 4시께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새벽 6시부터 4시간 동안 병원에서 아내의 신장투석을 도왔다. 

아픈 아내를 돌보며 집안일까지 모두 하는 김옥선 할아버지. @조민정
아픈 아내를 돌보며 집안일까지 모두 하는 김옥선 할아버지. @조민정

이후 나머지 시간은 농사일과 노인일자리 일을 해야 해 밤 늦게야 자격증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김씨는 일과를 마친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학원 문턱을 넘었고 병간호와 생계를 위한 벌이까지 해야했기에 공부할 시간은 늘 부족했다.

특히 이론시험은 컴퓨터로 치러야 해서 컴퓨터 공부는 따로 시간을 내야 했다. 이런 노력에 요양보호사교육원 관계자들도 김씨를 위한 특별 수업을 마련했다. 

수업 1시간 전 할아버지를 위해 따로 맞춤수업을 진행했다. 새로운 문제집과 교재를 구해 문제풀이 연습과 컴퓨터 시험 연습까지 도왔다. 

팔순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딴 김옥선 할아버지. @조민정
팔순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딴 김옥선 할아버지. @조민정

가족들도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할아버지가 요양보호사 시험을 치고 싶다고 했을 때 타지에 있는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학원을 알아보고 등록을 도왔다.

시험을 치르던 날에는 같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의 간식까지 준비해주며 할아버지와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교육원 신태선 원장은 "어르신께서 팔순 고령에도 불구하고 궂은 날씨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하루도 빠짐없이 늘 맨 앞자리에 앉아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다"며 "1000페이지가 넘는 수험서를 공부하고,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 사용법을 배울 때도 한 번의 불평·불만이 없었다. 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배움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선생님·가족들·같은 반 학생들의 응원과 도움이 있어 시험을 잘 치를 수 있었다"며 "언제까지 아내를 돌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아내를 돌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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