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풍 경남도의회 의원
전기풍 경남도의회 의원

눈앞에 두 마리의 토끼가 있다. 한 마리는 왼쪽으로 뛰어가고 다른 한 마리는 오른쪽으로 뛰어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마리를 다 잡고 싶지만 몸은 하나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딜레마다. 지금 국민연금이 처한 상황에 맞는 말 같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연금개혁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무려 18가지 개혁 시나리오를 내놓았는데, 현재 9%인 보험료율을 각각 12%·15%·18%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안과 연령수급 개시 연령을 현재 63세에서 66·68세까지로 늦추는 안, 기금운용수익률을 0.5%p·1%p 높이는 안을 조합했다. 

복잡해 보이지만 기금 소진시기를 미루기 위해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국민연금 개혁안이 발표된 후부터 청년층부터 중장년층 사이에서 국민연금 문제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우리나라 공적 노후소득보장의 요체인 국민연금은 국내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이라면 당연 가입되는 사회보험 제도다. 

따라서 국민연금 개혁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경제적 파급력이 지대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여론이 들끓을 수밖에 없다.

2023년 5월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총 2225만4000명이다. 연령별 비율은 30세 미만 17.4%, 30~39세 23.1%, 40~49세 27.1%, 50~59세 29.9%인데, 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연금 수입은 줄어드는데 수급자는 늘어나는 양상이다. 

정부의 추계 자료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유지될 경우 2041년에는 지출이 총수입을 넘어서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전 추계보다 2년이나 앞당겨졌으니 개혁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은 전문가집단과 국민층에서 각각 두 갈래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연금의 재정안정화 추구냐, 아니면 노후소득 보장책이냐로 양분돼 있다. 국민층은 더 내고 늦게 받을 수 없다는 중장년층과 기성세대로부터 이어진 사회경제적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하지 말라는 청년층이 대립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주장이 나름대로 일리 있다. 

연금개혁안이 10월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 가운데, 이목이 정치권과 정부로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연금 개혁을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사회적 논의를 통한 상생의 연금개혁을 추진해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기금의 재정안정성 확보와 노후소득 보장이 양립할 수 있을 것인지 눈앞에 두 마리 토끼를 둔 것과 같은 상황 속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연금 개혁을 제대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와 국민의 여론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 노후의 생계가 달린 문제인 만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고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광범위하게 형성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그러려면 정부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 최선의 안을 도출해 목표를 설정하고 장기적인 비전부터 단기적인 세부운영계획까지 매우 체계적이고 세밀하게 구성해야 한다. 가능하면 전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국민연금 개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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