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하청면문화센터' 김상균 운영위원장

김상균 거제시 하청면문화센터 운영위원장. @강래선
김상균 거제시 하청면문화센터 운영위원장. @강래선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각인돼 여러가지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여기에다 소위 수도권이라 칭하는 몇몇 도시에 인구의 80%가 다닥다닥 모여 사는 곳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한민국 남단 거제시라는 작은 면 단위 농어촌 마을로 눈을 돌려보면 인생 2막을 자연이 준 선물과 함께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역설하는 하청면 문화센터 김상균(72)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별로 잘한 일도 없고 자랑할만한 것도 없는 시골 마을 촌부를 찾아온 기자의 방문에 쑥스럽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러나 50대 후반 도시의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고향에 내려와 겪은 고충과 고향 사람들과 이뤄낸 무용담을 이야기할 때는 눈에서 광선이 나오듯 70대 촌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변을 토했다.

고향이란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고향이라는 단어에 함축된 의미는 떠나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은데 아직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난 뒤 대학까지 마친 후 큰 어려움 없이 부산에서 직장을 다녔다. 이후 운이 좋아 직장인의 최고 목표인 사장까지 역임하고 50대 후반에 귀향했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한번 사는 인생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살아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김 위원장은 "우리 세대 가장이라면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나보단 처자식이 먼저'라고 생각했기에 자신도 그 운명을 벗어날 수 없었고 30년을 가족을 위해 살았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이후 1남1녀의 자녀들도 자신의 밥벌이는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판단, 채워지지 않는 삶에 활력소를 찾고 싶어 도시의 삶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김상균 거제시 하청면문화센터 운영위원장. @강래선
김상균 거제시 하청면문화센터 운영위원장. @강래선

# 문화센터 지역민의 건강지킴이 역할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낙향이기에 처음에는 의욕만 앞세우다 실패와 좌절도 있었다. 

생전 해보지 않은 농사일이 그랬고, 열넷 나이에 떠나 말은 고향인데 일가친척 말고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도시생활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대대로 살아온 하청면 석포리 주민들은 고향으로 돌아온 그를 진심으로 받아줬고 나중에는 마을 이장까지 맡겼다.

그는 6년 동안 마을 발전을 위해 구두 밑창이 닿도록 뛰어다녔다. 그중에서도 레미콘공장 설립을 막아내고 행정소송을 하면서까지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는 산업쓰레기 소각장 설치를 막아낸 것은 지금도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농어촌 마을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온몸으로 느끼며 행복한 노년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2년 전부터 문화센터 사업에 헌신하고 있다.

하청면 문화센터는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중심지 활성화 공모사업에 당선돼 7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세워졌다. 거제시 최초의 문화센터인 하청면 문화센터는 모범적인 운영으로 농촌활성화 사업의 모델사례로 소개돼 상문동과 연초·동부면 문화센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 100세 인생 고향마을서 건강하게

김상균 거제시 하청면문화센터 운영위원장. @강래선
김상균 거제시 하청면문화센터 운영위원장. @강래선

그는 하청면 문화센터 3대 운영위원장을 맡아 초고령화로 치닫고 있는 농촌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다양한 프로그램 도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도시에서나 가능한 스크린골프와 헬스·탁구·라인댄스·악기 연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월 5만원으로 모두 이용할 수 있어 회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 회원들의 회비와 카페운영 등 자체 수익사업으로 연간 9000만원의 수익을 올려 6명의 직원을 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앞으로 시골마을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예술 분야 공연은 물론이고 인문학 전문 강사들의 강연 등을 통해 살기 좋은 하청면 만들기에 일익을 담당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열린 '하청쌈지 문화제'도 주민들이 문화센터를 통해 배운 춤과 악기실력을 뽐내고 조선업 불황으로 시름에 잠긴 지역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뜻깊은 자리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한 가지 옥에 티라고 한다면 야외무대가 너무 좁아 사람들이 무대에 서는 것이 어려워 관객들에게 불편을 준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청사와 공기업 지방 이전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지역 소도시와 농어촌 출신 젊은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의 예산이 투입됐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돈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문화·예술·체육시설 확충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농어촌에서도 할 수 있다면 떠났든 사람도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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