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나는 지난 30년간 학교 현장에서 근무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친구들과 지인들의 직업이 교사이거나 학교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학교에서 퇴직한 사람도 있지만 지금도 현직에서 근무하는 지인들도 있다. 요즘 내가 그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소리가 교권이 이미 바닥으로 추락을 했고 이제 교사는 더 이상 선호 직업이 아니라 3D 업종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뉴스에서 듣는 교권 추락 소식은 새 발의 피라는 것을 우리 교사들을 대부분 알고 있다. 내가 겪은 것과 동료 교사들이 겪은 수많은 교권 침해는 다만 뉴스에 나오지 않았을 뿐 훨씬 더 많고, 더 심하다. 교사에게 대들고 욕하는 학생들 이야기나 학생에게 따귀를 맞은 교사들 얘기는 어느 학교에나 일어나는 애교 같은 사건에 불과하다. 나는 수업시간에 떠드는 학생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다고 내가 보는데서 쌍욕하며 물건을 마구 집어 던지는 고3 학생을 만난 적도 있는데 학교 현장에서 이 정도는 진짜 별것도 아닌 일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힘을 합쳐 학생들을 잘 교육하고 인도하는 협력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갑을 관계가 되어서 지금은 ‘을’인 교사가 ‘갑’인 학부모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교사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생계가 달리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의 처사가 더럽고 치사해도 그만 둘 수도 없으니, 사명감 없이 생계를 위해 근무하는 교사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은 분명 교사 스스로가 자초한 일은 아니다. 현실이 이러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그래서 교직 경력 20년을 넘기고 연금 수령 나이가 된 교사들 사이에서는 보리 서 말만 있어도 학교에 근무하지 않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교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초, 중등 학생들 중에는 학교에 와서 교사를 골탕 먹이는 재미로 학교에 오는 아이들도 있다하니 도대체 이 나라 교육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학생들이 속을 썩이고 말썽을 피워도 교사가 자신들을 체벌할 수 없고, 자신들을 통제 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을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학부모들은 그들대로 무조건 학교와 교육청에 민원을 넣어 귀찮게 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고압적인 자세로 학교에 와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선생들이야 자살해 죽든 말든 내 자식의 자존감이 중요하고 내 자식의 기를 살려주는 것이 우선순위가 된 것이다. 

나는 그 놈의 ‘학생 인권’이 웬수라는 생각을 한다. 교사와 학교를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며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고 어쩌고 하면서부터 우리는 학생들을 다루기가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학생 인권을 지키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교사가 제자가 잘 못되기 바라고 어떤 선생이 가만히 잘 있는 학생의 인권을 짓밟겠는가.

문제는 학생이 아무리 잘못을 해도 교사가 손바닥 한 대라도 때려서 훈육할 수 없고,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교실을 돌아다니며 난리를 쳐도 그 놈의 수업권 때문에 그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는데 있다. 한 학생이 그렇게 수업을 방해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학생들에게 돌아가는데 그러면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은 도대체 무엇으로 지킬 것인가. 교육에서 정당한 징계와 체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얼마 전 한 웹툰 작가가 자신의 자폐아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키고 그 녹음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사의 부적절한 언행을 문제 삼아 결국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를 고소했다. 이 일을 두고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들 가방에 혹시 녹음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상담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이러니 무슨 학생과 교사 사이에 끈끈한 사제의 정이 생기겠는가.  

이렇게 전국적으로 교권 추락이 심해지자 교육부에서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를 일부 개정해서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추락한 교권을 다시 세우기에는 부족하다. 학생들은 영리해져서 어떻게 하면 교사들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니 좀 더 세세하고 촘촘하게 학교 현장의 소리를 듣고 추락한 교사들의 권위를 세워줄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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