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소방서 남부면 119안전센터 권판성 소방교

대형 산불이나 건물화재 시 소방호스를 통해 화재를 진압하고 불길에 갇힌 사람을 구출시키는 일에서부터 갑자기 쓰러진 심정지 환자의 목숨을 구하는 등 만능 멀티플레이어 소방관들의 의로운 행동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최근에는 집이나 일터 등 생활 주위에서 심정지를 일으킨 환자가 늘어나 심폐소생술로 목숨을 구한 소방관의 의로운 행동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각종 생활속 위험상황 해결사로 소방관이 우리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다시금 생각하며 심폐소생술(CPR)로 세 명의 귀중한 목숨을 구한 하트 세이버 권판성 (32) 소방관을 만나기 위해 남부면 119안전센터로 향했다.

권 소방교는 2018년 10월 거제소방서 소방사로 입교한 5년 차 소방관으로, 하트-세이버를 세 번이나 받았다.

거제소방서 남부면 119안전센터 권판성 소방교. @강래선
거제소방서 남부면 119안전센터 권판성 소방교. @강래선

# 멀티플레이어 소방관을 천직으로 

권 소방교는 "어린시절 자신보다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소방관이 되겠다는 목표는 없었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본 '분노의 역류' 영화에서 소방관 형제의 삶에 감정이입돼 소방관을 목표로 춘해보건대학 응급구조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 소방사 시험에 합격, 거제소방서 신현119안전센터에서 소방위로 첫 발걸음을 디뎠다. 

남들은 한 번도 받기 힘든 하트 세이버를 세 번씩이나 받은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첫 근무지인 신현119안전센터는 현장출동이 거제에서 가장 많은 곳이라 잦은 출동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인정받는 소방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책임감과 다양한 현장 경험이 자양분이 된 것 같다고 자랑했다.

이중에서도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 안에서의 산모 출산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고 밝혔다. 대구에서 관광차 거제에 놀러온 38주차 산모가 카페 화장실에서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구급차로 대학 병원으로 가던 중 거가대교 위에서 아기를 받은 흔치 않은 경험도 했었다고 했다. 

당시에는 너무 당황해 아무 생각도 없었고 오로지 산모를 무사하게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동중 출산이 시작돼 구급차에서 아기를 받았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산모와 아이가 모두 건강하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할 일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으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펑펑 운 것과 한 가정을 지켜줬다는 뿌듯함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잘난 것 없는 자신이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와 내 도움으로 숨쉬고 산다는 그들의 말 한마디에 힘이 솟는다고 했다. 

특히 몇년 전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작업자 얼굴로 유리가 떨어져 귀가 찢어지고 안면출혈이 심한 환자를 응급치료 후 지혈하며 이동해 병원으로 이송 치료를 받게 했다.

나중에 소식을 듣고 환자의 아내와 아들이 센터로 찾아와 고맙다면서, 아들은 자신도 커서 다른 사람을 돕는 소방관이 되겠다고 말해 울컥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거제소방서 남부면 119안전센터 권판성 소방교. @강래선
거제소방서 남부면 119안전센터 권판성 소방교. @강래선

# '생명의 은인' 운동 동참 주문

그는 거제시민 모두가 CPR 교육을 받아 가족이나 이웃을 살리는 '생명의 은인' 운동에 동참하기를 주문했다. 자신이 남보다 뛰어나서 사람의 생명을 구한 것이 아니라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기에 사람의 목숨을 구한 은인이 될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자신의 손을 통해 목숨을 구한 사람들 모두가 '생명의 은인'이라며 감사하다는 그 한마디에 삶이 행복으로 바뀌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며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시민 모두가 동참한다면 거제는 전국 최고의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19안전센터로 접수되는 신고내용은 다양하다. 벌집을 제거해 달라는 일에서부터 아이가 갇힌 방문 열쇠를 찾지 못해 구조 요청하는 일, 산에 오르다 다쳐 하산이 어려울 때도, 심지어 키우던 염소가 해우소에 빠져도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런 다양한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방관들의 빠른 상황 파악과 위기에 처한 환자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좋은 일도 많았지만 반대로 환자분에게 좋은 결과를 주지 못한 가슴 아픈 경험과 눈으로 보기 끔찍한 현장을 트라우마로 남기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특히 현장에서 만나는 음주 만취자의 언어폭력과 물리적 행동으로 힘든 일도 시민들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눈 녹듯이 사라진다는 권 소방교.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여러 사람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현장경험과 책임감으로 스스로 다독이는 '셀프 컨트롤'이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그는 남부면 119안전센터에서는 후배를 독려하고 선배들의 현장 경험을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땀 흘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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