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수산 박행석 대표

자신이 직접 포크레인을 구비해 장목면 궁농마을 해안으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박행석 삼양수산 대표. @강래선
자신이 직접 포크레인을 구비해 장목면 궁농마을 해안으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박행석 삼양수산 대표. @강래선

낙동강수역에 버려진 수백톤의 육상쓰레기가 매년 장마시기를 기점으로 조류를 타고 거제도로 유입된다. 

특히 집중 호우로 낙동강 하구언 수문이 개방되는 7월에는 하루 300톤의 쓰레기가 발생, 이를 수거하는 작업에 투입되는 공무원과 지역 주민들은 쓰레기와의 전쟁을 연례행사처럼 치루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거제 어업인과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특히 정치망 어업인과 해수욕장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상인들의 피해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행정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외딴 해안가 마을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자신이 직접 포크레인을 구비해 장목면 궁농마을 해안으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박행석 삼양수산 대표. @강래선
자신이 직접 포크레인을 구비해 장목면 궁농마을 해안으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박행석 삼양수산 대표. @강래선

이런 가운데 장목면 궁농마을에서 정치망 어업을 하는 삼양수산 박행석 대표의 선행이 화제로 떠올랐다.

박 대표는 궁농마을에서 43년을 산 토박이다. 수산업이 평생직업이 돼버린 그는 예전 대구잡이가 호황을 이뤘을 때 호망어업을 했고, 지금은 멸치정치망어업을 하고 있다. 

그가 어부인지라 바다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라서 그랬을까,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자신의 터전인 바다를 지키고 가꾸는 일에 열심이다. 자신의 집앞 바닷가는 거제에서 알아주는 일출명소로 외지 관광객도 많고 낚시객들의 포인트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이런 마을에 수십년 전부터 육지에서 버려진 쓰레기로 정치망어구 파손은 물론, 악취로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뿌리는 일이 잦아졌다. 이에 박 대표는 자신이 직접 포크레인을 구비해 해안으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 수거 작업에 나섰다. 

자신이 직접 포크레인을 구비해 장목면 궁농마을 해안으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박행석 삼양수산 대표. @강래선
자신이 직접 포크레인을 구비해 장목면 궁농마을 해안으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박행석 삼양수산 대표. @강래선

이외에도 매년 유실되는 해안가 자갈을 뭍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그의 남다른 선행을 사람들은 당연하게 여겨 때론 그만둘까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야 바다가 깨끗해지고 바닷속 수산생물이 살 수 있기에 멈출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농부에게 논밭이 삶의 터전이듯 어부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평생을 같이해온 동반자이기에 세월이 갈수록 애틋한 정과 연민이 더해지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인간에 의해 더럽혀지고 있는 바다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덧붙이며, 이런 바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성의를 표현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자신이 직접 포크레인을 구비해 장목면 궁농마을 해안으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박행석 삼양수산 대표. @강래선
자신이 직접 포크레인을 구비해 장목면 궁농마을 해안으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박행석 삼양수산 대표. @강래선

# 삶의 터전 바다 어민 스스로 지켜 

그가 수거작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주로 갈대와 목재류·폐어구가 주류였는데 최근에는 농약병과 농자재 등 육상에서 버린 생활쓰레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북·경남·부산 등 관할 지자체가 나서 육상쓰레기 저감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낙동강 수문을 개방할 때 조금만 주의를 하면 쓰레기양을 줄일 수 있을텐데라며 아쉬워 했다. 

이에 대해 장목면 신상옥 면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수문을 개방하기 전 주변 지자체에 미리 안내 문자를 보내고 있지만 이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이 연간 해양쓰레기 수거비용 1억5000만원 지불하기 보다는 육상쓰레기 수거작업을 하고, 또 낙동강 수계 주변 주민들에게 쓰레기 배출을 하지 않도록 지도·계몽 한다면 그 양이 많이 줄어들 수 있음에도 이런 일은 왜 소홀한지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신 면장에 대해 시 수산과장으로 오래 근무한 탓에 누구보다 수산업에 애착이 많고 어업인들의 애환을 잘 알고 있는 공무원이라고 치켜세웠다. 실제 장목 면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난 뒤 마을 곳곳을 발로 뛰어 민원을 해결하는 행동하는 면장으로 면민들의 칭찬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해양쓰레기 문제는 단순히 예산을 투입해서 수거하면 된다는 것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버리지 않고 바다로 유입되기 전에 수거하는 대책을 마련해 불필요한 행정력과 세금 낭비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평생을 한 수산업이 최근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로 일년 내내 이슈화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민의 한사람으로 너무 안타깝다"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국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수산물을 꺼리는 심리적 소비위축이 더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또 수산업이 자원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것 이외에도 지금은 인력 문제로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가업으로 이어가길 당부하는 것도 망설여진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땀 흘려 일한 노동의 대가를 반드시 되돌려주는 바다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강요하지 않아도 직업으로 하지 않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박 대표는 "바다가 있어 그동안 잘살았기에 후손들에게 깨끗한 바다를 물려주는 것이 자신의 책임임을 알고 있기에 앞으로도 계속 해양쓰레기 청소는 물론이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무엇이든 적극 나서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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