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자기가 태어난 년·월·일·시를 간지로 나타낸 것이 사주(四柱)고, 이 간지를 간(干)과 지(支)로 나눈 여덟 글자가 팔자(八字)이다. '팔자는 독에 들어가서도 못 피한다'고 했듯이 사주팔자는 바꿀 수 없는 운명으로 여겼다.

중국과 조선을 통틀어서 팔자 좋은 사람의 대명사는 '곽분양(郭汾陽)'이다. 그래서 '곽분양팔자'라는 관용어가 생겼다. 중국 당나라 때의 장수로 본명은 곽자의(郭子儀)지만 분양의 군왕으로 봉해져 곽분양으로 부른다. 권력의 부침이 심했던 때에도 팽(烹)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시로는 드물게 85살까지 살았고, 8남7녀를 뒀는데 이중 한 명은 황후에 올랐다. 100여명이 넘는 손자 손녀들까지 두었으니 부와 명예와 장수와 자식복까지 과히 '곽분양팔자'라고 할만하다.

춘추시대 도척(盜)은 사람의 간을 즐겨 먹을 정도로 악명 높은 도둑이었다. 그러나 9천 명이나 되는 졸개를 거느리고 평생을 호의호식하며 살았다. 이에 비해 공자가 가장 사랑했던 제자 안회는 32살에 굶어 죽었다. '착한 사람은 하늘이 복을 주고, 악한 사람은 하늘이 벌을 준다'는 유교의 대강령이 잠시 흔들렸다.

스님이 길을 가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수심에 가득 차 있었다. 스님은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어제 어머니가 점을 보았는데 내 팔자가 아주 나쁘대요" 하고 대답했다. 스님은 아이에게 "네 팔자는 네 손안에 다 있단다. 어디 한번 볼까?" 하고는 손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건 네가 얼마나 오래 사는가 하는 생명선이고, 이건 얼마만큼 잘 살 수 있는가하는 재물선이고, 이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감정선이란다. 스님은 "이제 주먹을 꼭 쥐어보렴"하고 말했다. 그리고 물었다. "그 선들이 다 어디 있느냐?" "내 손 안에 있습니다." "그래, 네 운명은 네 손안에 있단다. 아무 걱정하지 말거라."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는 니체의 일갈이 들리는 것 같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