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윤일광 칼럼위원

70살 넘은 아버지가 노인정에 가지 않자 아들이 왜 노인정에 가시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 대답이 "형님들이 심부름을 시켜서" 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다가 자는 듯이 편안하게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천수를 누린다는 것은 도대체 얼마를 말하는 것일까? 천수(天壽)는 하늘이 준 타고난 수명을 말한다. 그런데 타고난 수명이란 사람마다 같을 수가 없으니 너무 관념적인 정의다.

시인 김소월은 32살, 윤동주는 27살, 이상은 26살에 요절했다. 그렇다면 그들도 타고난 운명이라 치고 천수를 누린 것인가?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원했다. 그런 진시황도 불과 마흔아홉의 나이로 죽었고, 그가 세운 통일국가 진(秦)나라도 겨우 15년 만에 망했다.

지금이야 평균수명이 길어졌지만 옛날에는 60살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61살이 되면 자손들이 환갑(還甲)잔치를 성대히 치러주었다. 다음 해인 62살은 다시 갑이 시작된다고 해서 진갑(進甲)이라고 한다.

71살이 되면 80을 바라본다는 망팔(望八)이요, 81살은 망구(望九)요, 91살은 망백(望百)이다. 늙은 여자를 놀리거나 얕잡아 이르는 말로 '할망구'가 있다. 할망구는 '할아버지·할머니 구십살이 될 때까지 건강하세요'라는 덕담이었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남자보다 여자가 오래 살다보니 할머니만을 지칭하는 말로 굳어지게 됐다.

99살은 일백 백(百)자에서 하나를(一) 덜어낸 백수(白壽)이고, 100살이 되면 사람의 수명으로는 최고라는 상수(上壽)다. 거기에 120살까지 살면 천수를 누린 것이다. 120살이면 환갑을 두 번 맞는 나이다. 중국 전한시대 동방삭(東方朔)은 삼천갑을 살았으니 무려 18만 년을 살았다.

지금도 120살까지 살기란 쉬운 게 아닌데, 옛날 사람들에게 천수란 갑의 갑, 곧 두 번의 환갑인 120살이 꿈의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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