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21회 흥남철수·거제평화문학상 공모전 - 독후감 부문 장려상
데이비드 핼버스탬 저 ‘콜디스트 윈트’를 읽고

김언정
김언정

스탈린의 소련, 마오쩌둥의 중국, 김일성의 북한, 이승만이 이끄는 남한의 동상이몽과 각국 정치계가 갖고 있던 생각과 각국의 중요 인물의 심리를 세세하게, 손바닥 들여다보듯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크나큰 장점이다.

당사자인 남한은 북한이 분단의 상징으로 1945년에 생긴 국경선을 넘어와 남침했기에 어쩔 수 없이 벌였던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한국전쟁은 자국의 참전용사들을 제외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그렇기에 1,000페이지를 넘나드는 방대한 책 초반에 ‘잊힌 전쟁’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미국 국민들이 외면한 전쟁, 더 나아가 관심조차 없는 변방의 전쟁이었으나, 한반도에서 일어난 냉전은 사실이었다. 남한 국민에게 한국전쟁이란 반도를 할퀴고 갔었기에 확실히 잊을 수 없는 상처였다. 

하지만 우리도 마찬가지여서 이번 기회같이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한, 아픈 기억은 기억의 기저에 묻어 두고서 굳이 꺼내 보려 하지 않는다. 기억하지 못하면 쉬이 잊히기 마련이고, 잊힌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전쟁은 내전이 아니라 한 나라의 주권을 짓밟은 극악한 외침이었다.

전쟁은 확실히 남침으로 발발했다. ‘미국의 국무장관인 딘 애치슨이 아시아 방어선에서 남한을 제외하는 실수’를 저지른 이후로 발발한 전쟁에 대해서 미국은 확실한 명분도 없었다. 

소련·중국에 맞서 반(反)공산주의와 군인들의 서양 우월주의를 짙게 머금은 채로, 그렇게 미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우방국에 대한 수호의 개념이 아니라 베트남 전쟁에서처럼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해 참전했다는 뉘앙스로 읽었기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새로운 시대에는 식민지를 유지하려고 애써봤자 이득이 없다는 걸 깨닫고 서서히 식민지에서 철수하기 시작했으며, 반공산주의라는 기치 아래 미국이 끼어들자 놀라는 눈치였다.”

전장에서는 전장의 시간과 함께 각국 정계(政界)의 시간이 따로따로 바쁘게 흘러갔다. 전장에서 생명은 자유주의,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쉬이 잡아 먹혔다. 생사의 갈림길 앞에서 공산주의니, 자유주의니, 뭐니 하는 이념 따위는 없다시피 했다.

총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가 이끄는 도쿄의 본부는 산과 산이 험준하게 이어지는 한국의 지형을 쉬이 무시했고 주위에는 에드워드 알몬드 같은 무능한 아첨꾼이 들끓었다. 더글라스 맥아더 하면 인천상륙작전으로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고 그의 사상·성격까지는 자세하게 알 수 없었다. 

이번 기회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내가 본 맥아더는 아집이 센 인물이었다. 맥아더를 새로이 알게 되었다면, 완전히 몰랐던 애튜 B, 리지웨이 사령관이나 장진호전투·1.4후퇴·낙동강방어선 사수 전투·동락리 전투·흥남에서 벌어진 지극히 인간적인 철수작전·썬드볼트 작전·지평리·원주전투 등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책의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적잖이 힘들었지만, 새로이 알게 된 것이 많아서 뿌듯했다. 

모택동의 중공군이 위기에 처한 김일성의 인민군을 명목상 ‘구원하러’ 남하할 때도 정치적인 계산이 짙게 깔려 있었으며 같은 전장 내에서 오롯하게 같은 편이 아니었다. 냉정한 패싸움이 물밑에서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전쟁은 소련과 북한·중국이 표방한 공산주의와 미국과 남한이 가지고 있던 자유민주주의의 싸움을 축소해 놓은 아픈 세월이었다.

얼마 전, 뉴스에서 국정교과서에서 북한의 남침 요소가 빠졌다는 사실을 보았다. 김정은이 죽어도 핵을 내려놓지 않겠다며 선포하는 것도 지켜봤다. 전쟁이 끝난 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종전’이 아니라 ‘휴전’의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나는 비핵화가 없이는 완전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미래 세대에게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역사를 이념의 편향에 따라 가감(加減)하고 수정하는 등 임의로 역사를 훼손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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