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참외가 맛있는 계절이다. 마트나 과일, 길가 트럭에서도 온통 '성주참외'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북 성주에서 전국 참외의 70% 이상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외는 성질이 찬 음식이라 대표적인 여름 과일로 노지에서 키운 참외는 7∼8월에 출하되지만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에서는 일년 내내 생산이 가능해졌다. 참외가 과일인가 채소인가 하는 부질없는 논쟁으로 헷갈릴 때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채소로 분류된다. 정확히는 열매를 먹는 채소인 과채류(果菜類)이다.

참외의 이미지는 노란색이다. 그러나 토종참외는 초록색이다. '먹참외'는 골무늬도 없이 껍질 전체가 초록색이고, 천안에서 재배하는 '개구리참외'는 초록색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어 자칫 수박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통일신라시대 재배가 일반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시대 문화재 중 참외모양의 도자기가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보 제94호 '청자과형병(靑磁瓜形甁)' 국보 제114호 '청자상감모란국화문참외모양병' 등은 참외모양의 몸통이 우아하기 그지없다.

1960년대 이전에는 전국 각지에서 재래종 참외를 재배했지만 지금의 참외는 한국이 자체개발한 품종으로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참외를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코리언멜론' 또는 한글 그대로 'Chamoe(참외)'라고 부른다. 참외의 한자표기는 '진과(眞瓜)'인데 우리말로는 '참+오이(참외)'가 된다. 조리용으로 쓰이는 길쭉한 오이는 '물외'라고 불렀다. 표준어에 등록되어 있다.

개똥참외도 있었다. 개가 참외를 먹고 아무데나 똥을 누면, 똥속에 섞여 있던 씨가 저절로 나서 열린 참외를 말한다. 이 향기롭지 못한 말을 제 이름 앞에 달고 사는 것에는 개똥벌레(반딧불이)·개똥쑥이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개똥참외를 발견하면 횡재라도 만난 듯이 신이 났는데 이제는 사라진 낱말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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