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섣달 그믐날 밤에는 수세(守歲)라고 해서 밤샘하는 풍습이 있다. 신 훔치려오는 야광귀(夜光鬼) 때문이다. 야광귀는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가버리는데 신을 도둑맞은 사람은 그해 운수가 나쁘다고 해 신발을 숨기거나 대문에 체를 걸어둔다. 호기심 많은 야광귀가 체의 구멍을 세느라고 신발 훔치는 걸 잊어버렸다가 닭이 울면 가 버리기 때문이다.

섣달 그믐날밤 신발을 숨기듯이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 집안에 있는 빗자루와 밀대자루를 숨기는 풍습이 있다. 밤중에 마녀가 다니면서 빗자루를 훔쳐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중세시대 성지순례가 유행처럼 번지자 순례자들이 통과하는 곳에서는 맥주집 에일하우스가 생겨났다. 거기에는 에일와이프(Alewife)라는 술 빚는 여인도 있었다. 에일하우스는 술도 팔고 숙박도 할 수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한양으로 가던 길목인 문경새재나 추풍령 등에 생긴 주막과 주모와 같다고 보면 된다.

14세기, 국왕 리처드 2세는 에일하우스에 간판을 달도록 명령을 내렸다. 간판은 곧 세금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 내막에는 수도원의 힘이 작용했다. 맥주 생산으로 교회의 재정을 충당했던 수도원으로서는 수제맥주를 만들어 파는 에일하우스가 눈에 가시였다. 에일와이프들은 항의 표시로 간판 대신 빗자루를 걸었고 이 빗자루가 에일하우스의 상징이 됐다.

중세시대 기독교가 자행한 마녀사냥이라는 여성학살행위가 있었다. 이는 종교의 이름을 팔아 부정한 재산축적의 방편으로 이용됐는데, 주 타깃은 부자 과부였다. 따라서 돈이 많은 에일와이프는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들에게 덮어씌운 죄목은 마녀였다. 마녀는 악마의 친구로서 검정색 뾰족한 고깔모자를 쓰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 악마와 성교하며 음모를 꾸미고 저주를 내린다고 주장했다. 빗자루가 걸려 있으면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의미였지만 그것이 마녀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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