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1877년 출간한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가 쓴 '목로주점'은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번창하는 파리의 반대쪽에 공존하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주인공 제르베즈에게는 소박한 꿈이 있다. 먹을 것과 살 장소, 적당한 일, 그리고 결혼해서 맞지 않고 사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고, 누워 잘 깨끗한 방 한 칸 마련하기도 어렵고,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맞고 사는 것이 일상인 시대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 앉아 마시자 그랬지/ 그래 그렇게 마주 앉아서 그래 그렇게 부딪혀 보자/ 가장 멋진 목소리로 기원하려마 가장 멋진 웃음으로 화답해줄게/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1981년에 발표한 이연실의 노래 '목로주점' 가사에는 낭만과 삶의 여유가 엿보인다.

목로(木櫨)란 좁고 기다란 널빤지로 만든 술판이다. 이런 술집을 목로주점이라 부른다. 가난한 일용노동자들이 퇴근 후 소주 두세 잔 또는 대폿잔에 막걸리 한잔 마시며 하루의 피곤을 씻어내던 곳이다. 앉아서 마실만한 돈이 없어 그냥 서서 마시고 간다고 '선술집'이라 불렀다. 선술집의 원형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다찌노미(たちのみ)'였다.

'다찌노미'가 통영에서는 변형된 '다찌'문화가 됐다. 다찌는 술을 주문하면 해산물 안주와 같이 내오는 한상을 말한다. 메뉴에는 보통 술값만 적혀 있고 안주 가격은 적혀있지 않다. 술을 사면 안주가 덤으로 딸려온다는 특이한 형태의 술집이다. 안주의 구성은 주인장 마음대로다. 그날따라 형성된 어판장의 시세나 주인장의 마음에 따라 양도 구성도 날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다찌'라는 용어가 일본어에서 차용한 것이긴 하지만 통영의 풍부한 해산물과 더불어 통영 토착식 문화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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