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은 임진왜란 당시 수전에서 활약한 거북 모양의 전투선이다. 정식 명칭은 귀선(龜船)이다. 

거북선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 수군의 백병전술에 대비한 돌격전함으로 활약해 이순신과 조선 수군의 혼이 담긴 상징이자 그들의 주요 전장터였던 거제의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이다. 

그런 거북선이 최근 조롱거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오래되고 쓸모가 없는데다 비용까지 많이 들어 매각 절차를 진행했는데 수개월 동안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폐기된다는 기사를 본 이후 잠이 오지 않았다. 

본인 거제에서 나고 자라 교편을 잡은 후 오랫동안 거제를 떠나 있었지만 마음만은 늘 고향 거제에 대한 자부심과 그리움으로 충만했다. 

그래서 매일 인터넷으로 거제도 관련 기사를 검색하며 고향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시간은 내 일상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초 거북선 공매 기사를 보게 됐다. 거북선 공매 기사를 보기 며칠 전 거북선 꿈을 꾼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즈음이다. 

꿈에서는 거북이 세 마리가 머리 위에서 헤엄치고 있었는데 마지막 거북이 한 마리의 꼬리 부근 창자가 흘러나와 있었다. ‘저렇게 해서 살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얼마 후 거제에 가서 본 거북선은 꿈에서 본 거북이처럼 꼬리 부분이 파손되어 있었고, 꼬리 근처 몸체 부분이 검게 썩어 무너져 안이 들여다보였다. 

가슴이 아팠다. 꿈에 나타난 거북이는 지금 팔리지 못하면 곧 폐기가 되는 위기에 내 꿈에 찾아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북선이 우리 민족과 거제에 어떤 의미인지 생각했다면 매각과 폐기 결정을 쉽게 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에 화도 났다. 

하지만 우선 거북선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거북선은 구국의 혼과 세계 3대 조선소 중 2곳을 보유한 거제가 소중히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거북선 입찰에 참여한 것은 이 찬란하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본인은 3년 전 교편을 내려놓으면서 문화재학과에서 우리 민족의 전통 회화, ‘민화’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편을 잡으면서도 늘 아이에게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말했고, 퇴직 후에는 문화재 관련 활동을 위해 늦깎이 공부를 했던 것이었다.

거북선의 아름다운 용머리 조각과 몸체를 보는 순간 어린이들의 민족적 자존감을 배양하는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장차 가능하다면, K-culture, 민족의 미술 ‘민화’를 알리고 체험하는 어린이 민족문화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거북선 이동 비용이 1억에 달할 것이라는 신문 기사를 보고 걱정하며 연구하고 있다. 이 거북선이 당시 가장 제대로 된 고증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행정의 폐기처분이라는 결정 앞에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인 거북선이 조롱거리가 되는 것만큼은 싫었다. 

지난 16일 공매가로 쓴 154만5380원은 이순신의 탄생일이다. 이순신은 1545년 3월 8일 태어났다. 

거북선을 만든 비용인 수십억과 그동안 거제시가 거북선을 보유하고 유지하는 데 사용한 1억 5000만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일지 모른다. 

하지만 154만5380원으로 거북선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번 거제시와 거제시민, 그리고 전 국민에게 알리고 싶었다. 

거북선은 풍전등화에 놓인 조선을 구한 국난극복의 상징인 만큼 위기의 거제경제를 극복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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