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면 '파니파니 아이돌봄센터' 정성희 센터장

파니파니 아이돌봄센터 정성희 센터장. @강래선
파니파니 아이돌봄센터 정성희 센터장. @강래선

0.78%, 거제시 가임여성의 2022년 합계출산율이다. 2015년 한때 전국 최고를 기록한 출산율이 7년만에 경남 최저를 기록 한데는 조선산업 불황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조금 어설프다. 

출산율 하락은 거제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고 전 세계의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해법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정답이 없다. 해결 방안을 놓고 아직 갑론을박 고심하고 있지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탁아와 교육 등 외부 환경 빈약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하청면 주민자치회가 지역 아이들의 방과후 돌봄을 위한 경남도 공모사업 '우리마을 아이돌봄센터'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12월에 개소, 지역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아이돌봄센터는 맞벌이부부·다문화·조손가정 등 학교 방과 후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필 수 없는 가정이 늘어나는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지역사회가 같이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하청면 주민자치회가 직접 나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하청면 파나파니 아이돌봄센터 정성희(47) 센터장은 "경남도 최초로 주민자치회가 사업주관을 맡아 저출산 고령화와 조선업 불황으로 농촌공동화현상이 심각한 시골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아이들의 진정한 쉼터로 자리매김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성희 센터장과 선생들이 회의하고 있는 모습. @강래선
정성희 센터장과 선생들이 회의하고 있는 모습. @강래선

센터 개소 후 아이들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파니파니 돌봄센터는 엄마들의 입소문으로 20명 정원이 순식간에 마감됐고, 지금은 대기자만 10여명에 이르는 등 지역 돌봄센터의 새로운 역사를 세워가고 있다. 

정 센터장은 "파니파니 돌봄센터의 장점은 가입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 운영 그리고 무엇보다 무료 이용으로 부모님들의 경제적 부담"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무료라고 질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존 거제시에서 지원받아 운영하는 돌봄센터 가입조건은 부모가 4대보험에 가입된 맞벌이 직장인이거나 기초수급자 가정의 자녀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파니파니 돌봄센터는 연간 5200만원(도 50%·시 50%)의 예산을 지원받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기본이고, 여기에 질 좋은 간식 제공 그리고 아이들의 안전한 하교를 위한 도우미 선생님과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의 심리상담도 병행하는 등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파니파니 돌봄센터가 연간 5200만원의 예산으로도 운영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센터 건물 임대료가 없다. 지도교사의 보수는 사업비에서 지원받고 아이들을 돌보는 도우미 교사는 거제시 노인일자리 사업에서 지원받아 인건비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파니파니 아이돌봄센터 정성희 센터장. @강래선
파니파니 아이돌봄센터 정성희 센터장. @강래선

아이돌봄센터의 새로운 방향 제시

하청면에 아이돌봄센터가 세워질 수 있기까지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윤부원 거제시의회 의장과 신임생 하청면 주민자치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2020년 윤 의장이 도시와 떨어진 면 지역 아이들이 방과후 갈 곳이 없어 부모들 걱정이 많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경남도에서 시행하는 '우리마을 아이돌봄사업'을 신임생 회장에게 권유했다. 

신 회장은 주민자치회가 하기에는 방대한 일이지만 지역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 회원들을 설득해 공모사업을 신청했다. 그러나 첫해는 경남도 자체 문제로 사업 진행이 미뤄졌고 2022년 재신청해 선정될 수 있었다. 

정 센터장은 "거제시 9면9동 주민자치회가 제각기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공모사업에 도전"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주민자치회는 태생부터 지역발전을 위한 봉사의 정신으로 구성돼 영리 보다는 공익의 개념이 강조될 수 있다. 또 개인이나 영리법인이 맡아서 하는 것보다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살기 좋은 거제시를 만들어 나가는 일등 일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니파니 아이돌봄센터. @강래선
파니파니 아이돌봄센터. @강래선

그녀는 센터장이라는 직함을 부여받아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으며, 실제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보다 지금 더 알뜰하게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25년을 초·중·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기에 교육의 중요성과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정에서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사랑에 굶주림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부모의 부재로 불안감에 쌓인 아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돌봄센터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역설했다.

파니파니 돌봄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지역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센터 개소로 향후 10년간 4명의 일자리가 생겨났고 앞으로 센터 규모가 커지면 일자리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시골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사회 단체들의 노력이 가미된다면 사람이 살러 들어오고 또 그것이 계기가 되어 마을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냐"며 반문하는 그녀의 얼굴에서 문득 '희망'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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