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거제시극문학회장
김정희 거제시극문학회장

거리에 '친정엄마와 2박3일'이라는 공연 홍보 배너가 눈에 들어온다. 2009년 초연으로 12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스테디셀러 공연이다. 그 당시 문화계 전반에 '엄마 신드롬'이 드세게 일었다. 

이 중 대표적인 '엄마 얘기'인 '친정엄마와 2박3일'이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던 날 객석을 꽉 메운 관람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때는 겨울, 철커덩철커덩 기차 소리가 들리고,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딸이 엄마를 찾아온다. 

"낮도깨비마냥 와서 신경질부터 내고 지랄이네. 딸년이 아니라 상전이라니까…." 

엄마의 어법은 밥상에서 손으로 찢어 넣어주는 포기김치 같다. 

"우리 낳고 후회한 적 없으세요?" 
"아니 니들 키우면서 괜히 낳았다고 후회한 적 한 번도 없어. 너희들 때문에 살았어."   

시골의 친정엄마(강부자)는 오직 '새끼, 자식'뿐이다. 몸빼 입고 걸레질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금을 준들 너를 사랴/ 옥을 준들 너를 사랴~"다. 어려서부터 똑똑했던 딸과 한없이 모자라게 느껴지는 엄마가 주인공인 '친정엄마와 2박3일'은 어느 날 중병에 걸려 친정으로 돌아온 딸이 엄마와 2박3일이라는 마지막 생을 놓고 벌어지는 광경으로 객석을 흐느끼게 했다.   

어릴 적 하이타이로 머리 감던 일, 없는 형편에 딸을 키우느라 고생한 엄마, 딸이 결혼하고 나서 유산했을 때의 아픔…. 그리움을 증폭하는 장면들이다. 

딸이 "엄마는 왜 날 낳아 고생시켜" 하면, 엄마는 "너는 자꾸 엄마 땜에 못 산다 그러는데, 난 너 땜시 산다"로 받는다. 관람객들은 각자의 기억을 떠올렸을까. 객석은 또 흐느낀다.   

엄마는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끌어안고 "갈라믄 다 갖고 가지. 정 무거우면 정(情)이라도 갖고 가지…" 하며 무너지고, 죽은 딸은 그런 엄마를 본다. 뻔하고 통속적인 신파극이다. 그러나 관객은 저항하기는커녕 눈물의 합창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들도 '엄마의 딸'이고, '자식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해의 공연계 히트작으로 기록된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의 중심에는 눈물, 그리고 그리움이 있다. 대극장을 가득 메운 40~60대 여성 관객들은 처음부터 울 작정을 하고 온 사람들 같았다. 참았던 울음의 둑이 무너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야기는 그 눈물을 에너지원으로 하여 더 깊은 슬픔 속으로 빠져들었다.   

가족을 위해 늘 희생하는 엄마라는 존재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유명한 소설도 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작품이다. 작가는 최근 이 소설의 성공 이유를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았던 때문으로 했다. 이 작품도 그해 1월 연극으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려져서 많은 이들의 눈물생을 자극했다. 

그 당시 '엄마 얘기'는 확실한 대세로 손숙의 오랜 히트작인 '어머니'가 다시 무대에 오르고,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이 성황리에 공연됐다.   

'엄마얘기'는 지난 3년간의 코로나로 인한 지치고 힘든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며 차가워진 현실에서 모성의 따뜻함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되는 불황 속에서 모성(母性)으로 회귀해 안정을 찾으려는 시대의 열망이라고 할까? 전방위적으로 가족 해체와 탈가족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사회적·경제적 위기를 엄마 얘기로 위로받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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