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
윤일광 시인

'두 얼굴의 사나이, 육백만불의 사나이'와 같이 '사나이'는 단순히 '남자'라기 보다는 '젊고 씩씩하고 강한 남자'라는 이미지가 풍긴다. 유의어에는 대장부(大丈夫)가 있고, 요즘 시쳇말로는 상남자라고 할 수 있다. 상남자는 '남자중의 남자'를 일컫는다. 접두사 '상-'은 으뜸을 나타낸다. 거지 중의 거지는 상거지요, 허벌나게 좋은 팔자는 상팔자요, 장군의 우두머리는 상장군이다. 이 말에는 짐승남의 의미인 마초도 풍긴다. 마초(macho)는 스페인어로 건강미가 넘치면서 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남성을 가리킨다.

요즘은 사나이라는 말이 주는 촌스러운 느낌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는 일은 드물지만 영국의 기사도정신처럼 '한국의 사나이정신'은 '의리, 책임감, 양보, 통이 크다' 등을 나타낸다.

2020년 JTBC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아빠와 아이가 차가 한적한 건널목에서 빨간불을 보고 섰다. 아이가 아무도 없으니 그냥 가려고하자 아빠가 말한다. 사나이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파란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다 건넌다. 얼마 후 아이가 혼자일 때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너가다가 사나이는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 중간에서 되돌아온다. 그리고 파란불이 켜졌을 때 건너갔다. 하필이면 그때 교통사고를 당한다. 아빠는 아이를 안고 소리친다. "내가 사나이라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사고는 없었을 텐데"라고.

사나이와 사내는 느낌이 확실하게 다르다. 군가 '진짜 사나이'의 가사 중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를 '사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으로 바꾸어 부른다면 어떻겠는가.

사나이의 준말이 '사내'지만 그 쓰임이 다르다. 사나이는 혈기왕성한 청년에게 적합한 말이라면, 사내는 '남자'의 비속어가 되기도 하고, '남편'을 얕잡아 이르는 말도 된다. 또 한편으로는 '수컷'의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그런데 사내라는 말이 더 정겹게 느껴지는 건 무슨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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