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지 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

서두지 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 @강래선
서두지 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 @강래선

"객지를 떠돌다 고향에 오니 너무 좋고 거제시민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당한 부담감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지난 1월 1일 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으로 부임한 서두지 지사장은 "45명의 직원과 함께 대국민 서비스 기관의 위상에 흠집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서 지사장은 전국 178개 지사 중 최정예 엘리트 직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 30년 직장생활 중 최고의 해가 될 것 같아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건강보험제도 중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됐고 난치성 질환의 범위도 늘어났다며 거제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변에 널리 알려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거제시는 2016년 이후 조선산업의 불황 여파로 매년 건강보험료 체납액이 늘어나 부산 경남 29개 지사중 체납액 1위·체납징수율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두 개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료 체납액을 독촉하는 일 자체가 강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단에서는 체납회사의 경영 정상화가 빨리 이뤄지길 누구보다 바라고 기원하고 있음을 제대로 알리며 상생하는 조력자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거제지사장으로 발령받고 주위 동료들이 축하한다는 말보다는 오히려 위로하는 해프닝이 벌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고향으로 간다는 마음에 위안이 됐고 거제경기도 곧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 마인드로 일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서두지 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 @강래선
서두지 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 @강래선

기본과 근거 그리고 바른 판단

중학생 때 아버지의 죽음으로 기울어진 가정형편과 원인을 알 수 없는 대퇴부 발육 저하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어머니 혼자서 3남2녀 다섯자식을 공부시키고 키운다는 것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고 다 대학을 보내고 각자의 가정을 일구고 살게 해주신 어머니의 은혜는 절대 잊을 수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홀어머니 밑 장남이라는 삶의 무게로 일찍 철이 났다. 중학교 때는 갑작스러운 병으로 2년간 학교를 쉬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잘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굳건하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어머니의 가르침과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동생들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지난 일을 담담하게 되짚었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학교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혼자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해 상고에 진학 취업하겠다고 담임 선생님께 말하기도 했다. 그때 선생님은 꿀밤을 주며 진짜 어머니를 위한 것인지 잘 생각해 보라면서 인문계 가서 대학 졸업 후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진짜 효도라고 조언해줬다.

서두지 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이 사무실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래선
서두지 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이 사무실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래선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인문계 진학 후 대학을 졸업한 것이 현재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말하는 서 지사장. 다행인 것은 동생 4명이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모두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어린시절 찾아온 병은 그를 책과 친해지게 했다. 그 당시 삼국지 전집 20권을 읽고 또 읽으면서 상황별로 펼쳐지는 무용담과 인생 처세술이 지금도 기억에 새록새록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으면 말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학교 첫 여름방학 때 일화를 들려주었다. 거제도에 오고 싶다는 친구들을 초대해 해금강유람선을 탔는데 구경 잘하고 돌아오는 길에 유람선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해 바다에서 높은 파도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소위 노랑물이 올라올 때까지 멀미에 시달렸다. 게다가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유람선 선장은 해경에 신고, 해경 경비정이 출동해서 승선자를 구조하는 상황을 경험했다. 

서두지 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 @강래선
서두지 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 @강래선

이후 그 친구들이 돌아가서 그때의 경험을 잘 미화시켜 너도나도 거제 해금강을 가보고 싶다고 찾아와 방학 내내 해금강 투어 가이드 역할을 한 추억을 끄집어냈다.

그는 지금도 인생의 멘토로 모시는 분이 한 명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직장 의료보험조합 시절 만난 박병태 이사다. 그는 박 이사에게 배운 '기본'과 '근거' 그리고 '바른 판단'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지금도 힘든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기본과 근거를 바탕으로 바른 판단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30년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거제와 비교를 하게 되는데 거제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진 곳은 없다고 자랑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다양한 먹거리가 가미되면 관광산업은 거제를 먹여 살릴 제2의 조선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그동안 여기에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육·해·공 교통 인프라가 완성될 때를 대비해 다양한 먹거리와 관광의 랜드마크 시설을 겸비한다면 멀지 않은 시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도시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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