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
윤일광 시인

하수오는 하수오에 입혀진 스토리텔링 때문에 더 유명해진 약초다.

옛날 중국 남쪽지방에 하(何)씨가 살았다. 몸이 허약해 60이 다됐는데도 장가를 가지 못했다. 어느 날 산에서 이상하게 생긴 넝쿨식물을 보았다. 두 그루가 서로 엉킨 것이 마치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뿌리를 캐온 그날 밤 꿈에 어떤 노인이 나타나 그 뿌리는 신선이 준 선약(仙藥)이니 정성껏 먹으라고 말했다.

하씨는 밤새 세 번이나 같은 꿈을 꾸고 난 다음날 그 뿌리를 가루로 내어 먹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허약했던 몸이 단단해지면서 머리가 검어지고 젊은이처럼 변해 갔다. 그가 60살이 되던 해 아내를 맞았고 아들까지 낳았다. 아들 또한 백살이 됐어도 머리카락이 까마귀처럼 검었다. 그제사 하씨는 그 신비한 약초의 정체를 아들에게 알렸고 하씨는 160살까지 살았다. 하(何)씨 성을 가진 사람의 머리(首)가 까마귀(烏)처럼 검었다고 해서 하수오(何首烏)라 불렀다.

하수오는 땅속으로 뻗으면서 고구마처럼 붉은 빛을 띤 덩이뿌리 식물이다. 그런데 백하수오(백수오) 때문에 둘은 근본이 같은 식물로 혼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하수오는 하수오이고, 백하수오는 백수오일 뿐이다.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과(科)식물이다. 하수오는 마디풀과이고, 백수오는 박주가리과로 한의학서에도 구분해 등재돼 있다. 하수오는 정력제나 자양강장제로 쓰이고,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 질환에 효능이 있는 약재이다.

하수오는 낮에는 덩굴이 곧게 뻗어 있다가 밤이 되면 두 줄기가 서로 꼬여서 엉겨 붙는다고 하여 '야교등(夜交藤)' '야교(夜交)'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출장가는 남편에게 하수오를 주면 안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난 2월에 경남 밀양시 종남산에서 산행중이던 한 모자가 180년생으로 추정되는 12㎏의 초대형 하수오 뿌리를 발견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국내 최대 기록이었던 9.5kg을 갱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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