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민 거제시의회 운영위원장
김선민 거제시의회 운영위원장

뉴욕 도시개발의 마스터플래너 로버트 모지스가 뉴욕 도시기반시설을 기획하고 있을 때 미국의 시인 윌리엄 브라이언트가 그에게 말했다.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없다면 100년 후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이 생길 것이다."

빌딩 숲속에 갇혀 사는 시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대규모 공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이다. 오늘날 센트럴파크는 윌리엄의 조언대로 도시의 삶에 지친 뉴요커들의 휴식처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간 2500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뉴욕의 시민들은 지친 일상을 달래기 위해 센트럴파크로 향하고 있다.

세계 굴지의 조선소 두 곳과 최근 한국관광 1번지로 대전환을 목표하고 있는 거제의 미래는 어떨까? 

머지않아 KTX와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전국을 잇는 광역도로망이 거제를 향하게 된다. 여기다  철도·항만·공항을 아우르는 트라이포트 완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가덕신공항의 배후도시까지 이어지면 늘어난 유동인구와 항공 관련 산업에 따른 경제적 상승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거제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물류 비즈니스 거점 도시로서 대한민국과 세계 물류시장의 중심지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할 거제시 발전 전망에 비해 지금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경제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거제시민'의 정신·마음·육체를 온전히 보전해 줄 비전은 보이지 않아서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발전 이면에 깃든 황폐한 분열을 역사로 경험했다. '거제시 발전'과 '거제시민 행복'이라는 갈림길에서 각각의 선택이 아닌 하나의 갈래 즉, 도시 발전과 비례한 시민의 '행복플랫폼'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100년 후 생길 정신병원의 공간을 줄일 수 있는 시인 윌리엄 브라이언트의 말처럼 지금이 거제의 그랜드비전을 그릴 골든타임인 것이다.

현재 관내 공원을 살펴보면 테마를 설정한 공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고 거제시를 대표할 랜드마크로 불리기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많다.

포로수용소유적공원과 숲소리공원은 테마가 있지만 거제를 상징하거나 대표하는데 무리가 있다. 또 현재 거제시민이 휴식공간으로 많이 찾고 있는 독봉산웰빙공원의 경우에도 규모가 작아 아쉽다. 

이와 같이 거제에는 거제시민의 윤택한 삶에 지표가 되는 시민 모두의 공원, 거제시를 상징할 수 있는 랜드마크 공원이 없다. 

잔잔한 강이 주는 평안함과 광활한 바다가 수용해주는 품이 다르듯, 이제 우리 거제에도 도심 한가운데 거제시민과 거제시를 찾는 방문객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거제형 도시공원'을 그려야 한다.

다행히 조선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도시개발과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섰음에도 아직 거제 도심 곳곳에 '거제형 랜드마크 도시공원'을 조성할 공간이 남아 있다. 독봉산웰빙공원을 중심으로 고현천을 끼고 앉은 상동 벌판이다. 이는 앞서 조성된 독봉산웰빙공원과 연계할 수 있는 충분한 부지가 있기에 가능해 보인다. 

특히 이 부지에 거제형 상문동과 고현동을 아울러 바다로 뻗어가는 고현천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 '거제형 도시공원'을 조성하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발걸음 할 수 있는 친수공간이자 거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현재를 살고있는 지금 우리의 가장 큰 숙제는 미래 세대에게 어떤 도시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하나의 지표가 된 사회, 미세먼지·열섬현상을 간과할 수 없는 환경을 대비해 100년 후 거제시 중심은 빌딩 숲이 아닌 거제시민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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