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
윤일광 시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키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키 크고 싱겁지 않는 사람 없다고 했다. 황해도 봉산(鳳山)에서 나는 수숫대는 유달리 키가 큰 탓에 멀쑥하게 말라 키만 큰 사람을 일컬어 '봉산 수숫대 같다'고 한다.

춘향전에 변사또가 부임하여 기생점고를 하는데 그 중 낙춘이라는 기생을 묘사하기를 '키는 사근내 장승만한 년이…'라 했다. 사근내(沙斤乃)는 광주와 과천 사이의 지명으로 거기 장승은 키 크기로 유명했다. 지금도 키 큰 사람을 '봉산수숫대'나 '사근내 장승'이라 한다.

나폴레옹은 작은 키로 알려졌다. "내가 땅에서 재면 가장 작지만 하늘로부터 재면 가장 크다"고 말한 적도 있다. 작은 키에 대한 열등감의 보상심리로 타인을 지배하려는 경향을 '나폴레옹 콤플렉스'라고 한다. 작은 키에도 당당함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키가 아닌 능력으로써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조선시대에 키 작은 정승으로 유명한 오리 이원익 대감의 키는 3척3촌으로 요즘으로 치면 130㎝~150㎝ 가량이다. 그럼에도 선조·광해군·인조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60여년간 여섯 차례나 영의정을 지낸 명재상이었다.

'키가 큰게 매력인 시대는 끝났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작가 앨트먼이 쓴 칼럼이 화제다. 원시시대에는 동물들과의 경쟁에서 큰 덩치가 유리했지만 21세기에는 더이상 키 큰 것이 생존과 무관하며, 키가 커서 좋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이상하게 다들 용인하고 있는 뻔뻔한 편견이라고 주장했다. 인류의 키가 좀더 작아진다면 매년 8700만톤에 달하는 식량을 절감할 수 있고, 기후변화 위기대응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키가 큰 사람은 작거나 평균인 사람보다 심장질환, 암 등 중증질환을 앓을 소지가 더 크다는 연구발표가 있었다. 키가 클수록 신체 곳곳에 혈액을 보내려면 심장에 무리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키가 크면 좋지만 작다고 실망할 일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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