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미국인이 파리에 있는 한 길거리에서 한 할머니가 팔고 있는 빛바랜 진주목걸이가 마음에 들어 좀 비싸긴 했지만 500달러를 주고 사서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가 가정에 어려움이 있어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그 진주목걸이를 가지고 집 근처에 있는 보석상을 찾게 되었는데, 보석상 주인은 한참 동안 감정을 한 후, 20,000달러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뜻밖의 제안이었습니다.

목걸이 파는 일을 잠시 미루기로 하고, 그 다음 날 꽤 유명한 골동품 가게를 찾아갔습니다. 그 골동품 가게 주인도 한참 동안 감정을 하고 난 후에 무려 50,000달러를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더욱 놀랐습니다. 진주목걸이 주인은 솔직하게 그 골동품 가게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색깔이 다 바랜 진주목걸이인데 왜 그렇게 값이 많이 나갑니까?”하고 묻자 골동품 가게 주인은 의외라는 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아직도 모르고 계셨습니까?” 그러면서 돋보기를 진주목걸이에 들여대면서 자세히 쳐다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조세핀에게! 황제 나폴레옹으로부터' 그리고 오른 편에는 ‘나폴레옹 황제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골동품 가게 주인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이 진주목걸이 자체만으로는 불과 몇십불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적혀 있는 이 글씨와 황제의 친필 사인 때문에 그렇게 값이 많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진주목걸이의 값보다는 거기에 적힌 글 값이 훨씬 더 비쌌던 것입니다.

아무리 진주목걸이에 황제 나폴레옹의 사인이 기록되어 있다 할지라도 그 목걸이가 길가 할머니 손에 있으면 불과 500불짜리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목걸이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 자기 자리라고 말할 수 있는 보석상 주인의 손에 들려지게 되었을 때 엄청난 진가, 자기 가치를 발휘하게 되는 법입니다.

지금 내가 있어야 할 자리, 앉아야 할 자리가 자리가 바로 꽃자리요 금자리입니다. 우리 모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앉아야 할 자리에 앉아서 살아간다면 우리 스스로 놀라운 가치를 만들 수 있고 품격을 지닐 수 있는 놀라운 역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작은 꽃잎 하나하나가 모여 꽃송이가 되고, 꽃송이 송이송이가 모여 꽃동산이 되며, 나무 하나하나가 모여 숲이 되고, 숲이 모이고 모여 큰 동산이 되어 수많은 발걸음과 아름다운 사람들을 불러 오듯이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앉아야 할 자리에 앉게 되면 놀라운 역사를 이루게 되고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왜 박근혜대통령이 대통령 자리에서 탄핵을 당해야만 했습니까? 왜 10. 29 이태원 참사로 인해 용산경찰서장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으며 용산구청장이 지금 파면을 당할처지에 놓여 있습니까? 왜 행안부장관이 욕을 얻어먹고 있습니까? 그 이유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았고 머물러야 할 자리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재난의 현장에서 컨트롤타워로서 국민이 맡긴 그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고 사회생활과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 내가 지켜야 할 자리가 있습니다. 시인 구상의 ‘꽃자리’란 시 속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 내가 앉아야만 하는 그 자리를 떠나게 되면 그것이 추함이고 더러움이며 부끄러움이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더러움이란 자기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Dirty is out of the place)”.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자기 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습니다.

제주도 보목포구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자리돔 축제가 열립니다. 얼마나 맛있고 큰 생선이기에 축제까지 하는지 궁금해서 제주에 사는 친구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자리돔은 길이가 10㎝ 정도밖에 안 되는 검은색의 아주 볼품없는 작은 생선이었습니다. 참돔처럼 이쁘지도 않았고 감성돔처럼 멋있는 생선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살과 뼈를 함께 썰어 얼큰한 육수에 담아 먹는 자리물회는 그 어떤 회보다 맛있다고 합니다. 이름이 독특해서 그 연유를 물어보았더니 감성돔이나 방어, 부시리처럼 멀리 헤엄쳐 다니는 회유성 물고기가 아니라 자기가 태어난 그 장소를 벗어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만 사는 물고기라 ‘자리돔’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우리 성도들도 하나님께서 지키라고 명령하신 각자의 자리가 있습니다. 목회자는 하나님께서 잘 섬기라고 주신 목양지가 있고, 선교사는 사명을 잘 감당하라고 주신 선교지가 있으며, 평신도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삶의 현장과 교회속에 있어야만 하는 예배의 자리, 섬김의 자리, 사랑의 자리, 헌신의 자리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그 사명의 자리를 잘 지키며 살 때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내게 주어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어떤 자리든지 내가 노력할 때 어울리는 자리가 될 수 있고 아름다운 빛을 발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2023년 새해가 밝아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귀한 직분과 감당해야만 하는 복된 자리를 주셨습니다. 2023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자리, 그 자리를 잘 지켜 가면서 보람된 나날, 복된 삶을 펼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신실한 사명자들이 다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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