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대에 지역마다 벌어지는 축제의 다양성, 이대로 좋은가

김무영 시인
김무영 시인

민선시대를 맞아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다양한 형태의 민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중에서도 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주민자치위원회나 번영회 등에서 즐거움의 장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엇비슷해서 식상하기조차 하다. 심지어 타 지자체 행사를 모방하여 마치 겉옷만 바꿔 입은 듯한 모양새를 나타내 보일 때도 있다.

막상 축제라 벌여놓고는 무대장치에 예산의 절반 가까이 투자하고 노래와 연주가 주를 이루는 때도 있다. 성능이 좋은 확성기를 들여와 마치 유세장처럼 몇의 목소리만 들린다면 굳이 무슨 축제라 이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냥 놀이나 행사 등으로 이름 붙여 한바탕 떠들고 놀면 되지 않겠는가.

축제가 지자체의 면이나 동마다 마치 경쟁하듯 개최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인구를 내세워 요구하면 딱히 반대할 명분도 없어 축제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이미 국내에 크고 작은 축제가 몇천 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 예산은 또 얼마나 될까. 

간혹 지구촌에서 개최되고 있는 축제의 소식을 듣는다. 그곳들의 축제는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그리고 축제를 개최하는 계기가 뚜렷하고 설득력이 있다. 우후죽순 늘어가는 축제 어떻게 정립해야 할 것인가.

축제를 기획하는 자들의 교육이 필요하다. 전체 예산의 배분 문제라든가, 주제를 설정해 그 주제에 부합되고 어울리는 행사를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 등등 무슨 축제든 의미를 부여해 의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하여 다음 축제가 기다려지게 해야 한다.

달과 별을 노래한다면 어디든 달과 별이 뜨지 않는 곳이 있을까. 보편적이고 흔한 것들은 축제에서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끊임없이 특이성을 찾고 추구해야 한다. 

거제지역은 사면이 바다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든가 바다에서 생산되는 어류나 해초류 등도 축제 거리가 될 것이다. 꽃을 주제로 하는 꽃축제는 일정하게 꽃을 가꾸고 생물이기에 꽃이 피지 않거나 때를 잘못 짚어 피어나지 않는 변수도 생각해야 한다. 축제라 말하려면 주말을 두 번 정도 끼고 최소한 열흘 정도는 개최해야 제대로 홍보되고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해 가는 동기나 요인을 만들어 준다.

수국축제는 주변 환경을 고려해 지역에서 오랫동안 가꾸고 준비한 행사로 점점 호평을 받고 있다. 대구축제는 거제지역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어류라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때 대구축제를 벌여놓고 대구요리나 대구 자체를 비싸게 팔아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었다. 대구 연구, 어민들이 거물을 당기거나 깁거나 할 때 부르는 동작이나 노래, 대구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 경연 등이 이어져 발전에 가는 방법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거제지역 대표축제인 섬꽃축제는 국화를 중심으로 하지만 그 기간이 짧다는 것이 아쉽다. 국화가 개화해 피어있는 기간은 대략 1개월이다. 그렇게 힘들게 준비해 열흘 정도로 끝낼 것인가. 

한때 펭귄축제는 해운대·제주에서조차 견학을 올 때도 있었다. 한겨울에 수영하는 그게 이 축제의 맛이고 멋이다.  

요즘은 또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즐거움을 표하기 위해 축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하루나 길어도 2~3일 정도가 대부분이다. 메인 행사는 당일로 끝나버리고 전시 행사로 겨우 버티는 격이다. 축제라는 단어를 붙이기가 그렇기도 하다. 정서가 비슷한 구역은 같이 기획하여 축제를 개최하면 되는 것이다. 축제는 행정구역이 아니라 문화 차원이다. 

어느 지역에서 포로수용소 당시 모습을 주제로 축제를 개최하는 것을 보았다. 동란 당시 피란 온 이들의 정서를 살리는 것을 보고는 왜 빨리 개최하지 않았을까, 마음이 울컥했다.  

거제는 본섬과 70개가 넘는 섬들로 구성되어 있다. 섬을 이용한 축제는 왜 나오지 않을까 아쉽다. 또 거제동백의 자태는 세계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산과 바다, 해안 등 새해를 볼 수 있는 곳이 가장 많은 거제인데 해맞이 지도는 언제 등장할지. 

축제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스며 전통으로 이어져야 제맛이다. 거제만의 특색은 많다. 자연경관이 그렇고 사면이 각기 다른 바다며, 온난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식물 또한 다양하다. 일년내내 꽃이 피는 곳이다. 해풍이 스친 식물은 빛과 맛이 독특하다. 해안 곳곳에 이야기들이 있다. 배를 만들어 바다로 가서 폭풍과 싸우며 고기를 잡았다. 고려시대부터 시작한 유배문화는 얼마나 알아가야 하는지. 상록활엽수림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세계 최고의 조선 지역인 우리 거제다. 

거제에 오면 일년내내 신기한 축제가 열려 지구촌 사람들이 시름을 날리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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