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
윤일광 시인

제(齊)나라 재상 맹상군(孟嘗君)은 3000명의 식객을 거느리고 있었다. 맹상군은 많은 식객을 부양하기 위해 1만호의 식읍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이자를 받아 운영해 왔는데,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대부분 가난해서 갚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식객중에는 풍환(馮驩)이라는 자가 있었다. 맹상군이 고민을 하자 풍환이 자청해 수금하러 가겠다고 나섰다. 풍환이 출발할 때 "받은 돈으로 무엇을 사올까요?"라고 물었다. 맹상군은 "무엇이든 여기에 부족한 것을 알아서 사오라"고 답했다.

풍환은 가서 빚을 받기는 커녕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맹상군이 여러분을 어여삐 여겨 모든 채무를 탕감하라고 나에게 분부하셨소" 하고는 차용증을 모아 불에 태워버리자 사람들은 진실로 감격해 마지않았다. 돌아온 풍환에게 맹상군이 "선생은 무엇을 사오셨는가?" 하고 물었다. 이때 풍환이 "당신을 위해 돈 주고도 사기 어려운 은혜와 의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세월이 지난 후 맹상군이 파직 당하고 돌아왔을 때 식읍 사람들이 기뻐하며 절망에 빠졌던 맹상군의 강력한 지지세력이 돼줬다. 풍환이 말했다. "꾀 많은 토끼가 죽음을 면하려면 굴을 세 개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제 겨우 굴을 하나 팠을 뿐입니다. 앞으로 두 개의 굴이 더 있어야 합니다." 이후에 풍환의 계책으로 맹상군은 다시 재상에 오르고 어려운 위기를 여러번 당했지만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었다.

'사기'의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에 나오는 '교토삼굴(狡  三窟)'이라는 사자성어의 배경 이야기다. 토끼는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사는데 신기하게도 굴 속에는 한 개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의 다른 굴을 파두고 있다. 생태 피라미드 맨 아랫단계의 초식동물인 토끼의 생존 전략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토끼를 보고 '꾀쟁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으로 토끼띠의 해다. 새해에는 토끼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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